도매상가 쪽에서 바라본 DDP와 인근 패션상가. 한경DB
도매상가 쪽에서 바라본 DDP와 인근 패션상가. 한경DB
“연간 550만명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보러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1만5000명이 넘는 규모이니 동대문상권의 새로운 젖줄이 될 겁니다.”

동대문상권, DDP 개관으로 부활 '날갯짓'
지난 14일 옛 동대문운동장에 자리한 DDP 공사 현장.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는 이곳은 21일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윤대영 DDP경영단 협력본부장은 잰걸음으로 현장을 안내하면서 DDP 개관이 동대문상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 본부장은 “DDP는 세계적인 디자인 메카로 부상할 것”이라며 “동대문상권 역시 새로운 부활의 모멘텀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들썩이는 동대문상권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두타, 롯데피트인 상가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들 상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DDP와 정면 또는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다.

동대문상권, DDP 개관으로 부활 '날갯짓'
정준택 롯데피트인 점장은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거대한 놀이마당이 새로 생기는 셈이므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피트인은 다양한 개관 축하 이벤트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방침이다. 우선 21~30일 정문 광장에 대형 애드벌룬을 띄워 방문객 누구나 DDP 개관 축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하고, 개관 당일에는 정문 광장에서 30여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축하공연과 함께 5층 ‘런웨이’ 매장에서 패션쇼도 열 계획이다.

김종문 두타 마케팅팀 부장은 “동대문이 재래상권에서 ‘디자인을 창조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타는 DDP 개관 기념행사로 21~26일 ‘2014 F/W 서울 패션위크’가 열리는 데 맞춰 지하 1층 ‘두체’ 매장에서 기획상품 할인행사를 벌이고, 패션위크 전 참석자들에게 두타 할인 쿠폰북을 나눠줄 계획이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와 달리 영세 상인들은 아직 DDP 효과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DDP 인근 맥스타일 상가와 제일평화시장 점포 중개업무를 하는 신한공인중개사 사무소의 김성희 씨(34)는 “이곳 상인들은 아직까지 DDP 개관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다”며 “유동인구 증가가 매출로 연결돼야 훈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동대문상권의 잠재력

동대문상권, DDP 개관으로 부활 '날갯짓'
동대문상권은 넓게는 서울 종로4가 광장시장부터 청계천 8가에 이르는 청계천 주변 상가 밀집지역을 말한다. 좁게는 동대문관광특구에 속한 36개 상가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광의의 동대문상권이 형성된 것은 광장시장이 문을 연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0년의 역사를 지닌 셈이다. 36개 상가에만 3만5000개 이상의 점포가 있으며, 상권 종사자가 12만5000명을 넘는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중심으로 연간 250만명의 외국인이 다녀간다.

DDP 개관을 계기로 동대문상권 잠재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획-디자인-생산-판매 등 패션의 전 과정이 수직으로 계열화된 패션클러스터가 형성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유니클로 같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들의 모델이 바로 동대문상권”이라며 “동대문상권이 글로벌 SPA들에 잠식당하면서 침체에 빠져 있지만 이런 방대한 패션 인프라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병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DDP의 연간 생산유발 효과가 6551억원으로 향후 20년간 13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연간 567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