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 우려되는'탄소세'…美 빅3-환경부 신경전 "대형차 차별은 FTA 위배" vs "온실가스 많으면 重課 당연"
미국 자동차업계가 저탄소차협력금제(일명 탄소세) 시행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입장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생산차종의 절반가량에 대당 수십~수백만원의 탄소세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대형 세단과 SUV 위주의 특화된 차량 라인업을 갖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한국GM 큰 타격

그럼에도 미국 자동차업계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탄소세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 승용차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소형차·전기차 등의 차량엔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각종 저탄소차와 소형차 소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으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현재 정부는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보조금, 부담금 구간 등을 구체화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산 차량의 부담금이 한국 일본 유럽산 차량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7%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장 확대는커녕 기존 시장마저 고스란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한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의 경우 지난달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지만, 중형 차량인 크루즈와 올란도는 각각 51.8%, 50.8% 증가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와 올란도가 회사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업계는 이 같은 탄소세 부과가 엔진 배기량에 따른 차등 과세를 금지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위배된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 “2015년 시행 변함없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내년부터 예정대로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업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탄소세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제도 도입 자체가 아니라 부담금 구간 설정 등 구체적인 도입 방식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우선 미국업계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제도 도입시 미국산 구매자가 대당 평균 504만1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무슨 근거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며 “지난해 환경부에서 내놓은 초안으로 분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초안은 이미 폐기됐고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과장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부담금과 보조금 기준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며 세수 확대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한·미 FTA 협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외 자동차업계가 제도 시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관건은 새로 도출하게 될 부담금 수준이 지난해 초안 수준보다 얼마나 완화되느냐다. 정부와 업계의 격돌은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서욱진/김주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