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패권을 되찾으면서 세계 경제 지형도 바뀌고 있다.

미국을 떠났던 제조업체가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은 물론 외국 기업까지 속속 미국행을 택하면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던 미국이 ‘세계의 굴뚝’ 지위마저 넘보는 모습이다. 미국은 셰일매장량 13조6500억㎡로 세계 4위지만 수압파쇄법 등 첨단 채굴 기술을 보유해 글로벌 셰일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초 씨티그룹은 ‘에너지 2020:독립기념일’ 보고서에서 “셰일가스 붐 덕에 세계 유일 강대국(G1)으로서 미국의 역할이 강화되고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셰일 붐으로 가장 먼저 반사이익을 누린 것은 일자리 시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8~10%대를 기록하던 실업률은 현재 6%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미국 셰일 붐으로 2020년까지 170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국내총생산(GDP)은 연 6900억달러(약 738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셰일 붐의 중심지인 텍사스주에 2012년 27만47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10만6000명의 인구가 유입됐다”고 전했다. 같은 해 텍사스주 경제성장률은 4.8%로 미국 전체 성장률(2.2%)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조업은 날개를 달았다. 석유화학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미국 내 에탄 가격은 2011년 갤런당 91센트에서 올해 26센트 선으로 떨어졌다. 셰일가스 덕에 미국의 전기요금은 유럽의 절반 수준, 가스 가격은 유럽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글로벌 석화업체들의 공장은 발빠르게 미국행을 택했다. 셰브론필립스화학, 다우케미컬, 리언델바젤, 대만의 포모사 플라스틱,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 등이 에틸렌이나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을 텍사스주에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미국화학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다국적 석유화학 기업이 현재까지 136건, 총 91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화학업계의 약진으로 한국과 유럽 등 경쟁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 일본과 유럽의 가스와 전기요금은 미국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 업체 외에도 제조업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모토로라가 자사의 스마트폰 모토X를 텍사스 포트워스 공장에서 조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도 지난해부터 중국을 떠나 신형 아이맥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포드, 제너럴일렉트릭(GE), 캐터필러 등도 해외에서 미국으로 공장을 재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 레노보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생산기지를 설립한 것처럼 해외 기업도 미국 이전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미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줄면서 미국의 무역적자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1년까지 화학제품 수입국이던 미국이 지난해 27억달러의 수출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문제 때문에 셰일가스에 난색을 표해온 유럽에서도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셰일가스 개발·채굴회사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도입했다. 영국기후변화위원회(CCC)는 “미국 셰일혁명으로 유럽의 가스 가격이 미국보다 세 배가량 비싸졌다”며 “향후 기업 투자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 모두를 미국에 빼앗길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