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에서 시작된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다른 은행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당대출을 해주고 뒷돈을 받는 것이 금융권의 고질적인 관행인 것으로 보고 전방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도쿄지점' 논란…출발은 국민은행發 부당대출 사건

감독당국과 개별은행 본사의 감시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해외지점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대규모 부당대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은행 전직 지점장 이모(58·구속)씨 등이 2009년부터 수천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해주고 뒷돈을 받은 뒤 이 가운데 일부를 국내로 들여온 점이 알려지면서 금융감독원에 이어 검찰까지 나서게 됐다.

이후 검찰은 이모 씨는 물론 그의 전임 지점장인 김모(56)씨까지 수년간 4천억원∼5천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김씨가 불법대출로 받은 뒷돈 가운데 16억원을 국내로 몰래 들여온 사실과 관련해 비자금 조성 혐의 조사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건호 행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환골탈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동순 전(前) 감사는 잇따른 금융사고의 책임을 지고 임기를 석 달 남짓 남겨둔 올해 초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은행 해외법인에 대한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의 자율적인 상시 점검 강화와 보고서 제출 의무화, 현지 직원 교육 강화 등의 내용을 담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이 아직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어 대규모 징계 등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기업은행까지…"다음은 어디?"

금융권에서는 특히 이번 사건이 다른 은행 도쿄지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도쿄지점장을 지낸 국민은행 전현직 직원 2명이 연이어 검찰의 수사 대상에 들어간데다 거액의 부당대출이 수년간 관행처럼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다른 은행들도 '현미경식 검사'를 할 경우 부당대출이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부실대출 정황이 발견돼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은행별 자체 점검 과정에서 도쿄지점에 각각 600억원대와 100억원대의 부실대출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두 은행은 이 대출의 원리금 일부가 연체됐지만 규정이나 법을 어긴 부당대출인지, 혹은 대출 과정에서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 등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두 은행 도쿄지점 직원들이 임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국내로 송금한 사실을 포착하고 금품수수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렇게 국내로 들어온 돈이 최대 60억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직원이 현재는 관계회사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다 기업은행에서는 이번 사건에 관련된 직원이 국내에서 빌딩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자금 용처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태의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에게 대출을 해주고 뒷돈을 받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며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한 다른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 꽤 오래전에 진출했기 때문에 이런 관행은 이미 없앴다"고 강조하면서도 "요즘은 해외지점과 관련된 문제라면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president21@yna.co.kr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