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작년 사상최대 실적…설정액 26% 증가…금융위기 후유증 벗어나
금융위기 이후 줄곧 침체를 겪었던 사모펀드업계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내면서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그간 사놨던 기업들을 고가에 팔 수 있었고, 고위험 회사채에 돈이 몰리며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덕이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맡긴 돈은 4850억달러로 전년 대비 26% 늘었다. 미국의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184억달러를 모았고, 칼라일그룹과 워버그핀커스도 각각 130억달러, 112억달러를 유치했다. 사모펀드가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수익은 4710억달러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도 57% 늘었다.

사모펀드 최고경영자(CEO)들도 거액을 챙겼다. 레온 블랙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는 배당금과 운용수익 등으로 지난해에만 5억4600만달러를 벌었다. 윌리엄 콘웨이 등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세 명은 합계 7억5000만달러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가 이처럼 큰 수익을 낸 것은 미국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바이아웃(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인수)했던 기업을 상장시키거나 비싸게 팔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12월 호텔그룹 힐튼월드와이드를 상장시키며 10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페르미나도 명품업체 밸런타인과 휴고보스를 되팔며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인해 투자자들이 고위험 회사채에 몰린 것도 호재였다. 사모펀드가 갖고 있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 채권이 좋은 가격에 팔렸다. 사모펀드는 기업이 회사채를 팔아 조달한 돈을 배당에 쓰도록 압박했다. 금융투자 분석업체 S&P캐피털IQ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지난해 배당금으로 받은 돈만 540억달러에 달한다. 2007년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엔 ‘축제’가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가 오르면서 바이아웃할 만한 기업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FT는 “돈을 쌓아 놓은 사모펀드가 경쟁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은행들도 저리에 대출해주며 매물 가격은 더욱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분위기도 좋지 않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