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증시 급락…美국채·금 등 안전자산 가격 상승
국제유가도 올라…WTI, 5개월래 최고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의 대립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3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 및 원자재 시장이 출렁했다.

러시아 증시는 12% 가까이 떨어졌고 미국과 유럽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 자산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으며 국제유가도 1∼2%가 넘는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美 다우 153p 하락…유럽증시 대폭 떨어져 =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53.68포인트(0.94%) 떨어진 16,168.03에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3.72포인트(0.74%) 낮은 1,845.73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30.82포인트(0.72%) 내린 4,277.30을 각각 기록했다.

다우와 S&P 500의 이날 하락 폭은 한 달 만에 최대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우가 200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흑해함대가 이를 부인하자 낙폭이 줄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44% 내린 9,358.89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1.49% 하락한 6,708.3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 역시 2.66% 떨어진 4,290.87에 각각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50지수는 2.94% 내린 3056.75를 기록했다.

러시아 증시의 RTS 지수는 이날 11.80%나 폭락했다.

앞서 장을 끝낸 아시아 증시도 코스피가 0.77%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27% 내렸다.

홍콩 항셍지수는 1.41%,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1.06% 각각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에 따른 정부 정책 관련 기대감 등이 반영돼 0.92% 상승했다.

◇투자자들 위험 기피…금값, 4개월여만에 최고 = 위기가 고조되자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금값은 주식시장의 급락세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되살아나면서 급등했다.

4월 인도분 금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8.70 달러(2.2%) 오른 온스당 1,350.30 달러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28일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국채도 가격이 상승해 수익률(금리)이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0.048%포인트 내려간 2.601% 선에서 움직였다.

5년물과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0.032∼0.051%포인트 떨어졌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33 달러(2.3%) 오른 배럴당 104.92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였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81 달러(1.66%) 뛴 배럴당 110.88 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러시아의 루블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美·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 우크라이나 사태가 금융과 원자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정학적으로 광범위한 파장을 낳을 수 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드라기 총재는 "(우크라이나와 유로존 사이의) 금융과 무역의 연관성은 작은 규모다"면서 "전반적으로 볼 때 경제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정학적 차원에서는 이번 사태가 실질적인 연관성과 통계 수치를 초월하는 상황을 가져올 잠재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를 유발할 수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변경시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모가 크지 않고 미국이 보유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채권이 많지 않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뉴욕·파리연합뉴스) 이상원 박성진 특파원 leesang@yna.co.kr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