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력사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현재 포트폴리오 기반으로는 글로벌 넘버원 실현이 어렵다.’

LG전자 전략기획팀이 만든 중장기 신사업 추진전략 보고서의 첫 대목이다.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의 시장 성장이 점점 둔화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대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에너지 △에코 △헬스케어 △자동차용 솔루션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가전·스마트폰은 '레드오션'…LG, 차세대 '그린 프로젝트' 가동

○중장기 전략보고서 왜 나왔나

지난해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8조1404억원, 1조2847억원이었다. 2012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5%와 6% 늘었다. 그런데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0년 이후 매출은 50조원대에 머물러 있고, 영업이익은 1조원을 간신히 넘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LG전자 전략기획팀은 그 원인을 주력사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성장 정체에서 찾았다. 글로벌 LCD TV 수요는 작년을 정점으로 꺾였고 급성장하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도 주춤거리고 있다. 가전은 2011년 이후 시장 수요가 정체 상태다. 전략기획팀은 보고서에서 “우리가 뛰고 있는 무대가 사양산업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LG전자에 경쟁력이 있는 시장에서조차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사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떤 신사업 추진하나

전략기획팀은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감안해 에너지, 에코, 헬스케어, 자동차 등 네 가지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사업영역은 B2C보다 B2B 쪽이 대다수다.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선 ‘EPC’ 사업이 핵심이다. LG전자는 현재 초기 단계인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료전지 등의 경쟁력을 높인 뒤 향후 EPC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ESS 관련 LG유플러스, LG CNS 등의 인력을 LG전자로 통합하고 에너지 컨설팅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헬스케어 분야의 ‘의료기기 사업’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2010년 삼성그룹이 의료기기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데 이어 LG전자도 뛰어든다는 점에서다.

보고서에 담긴 LG전자의 의료사업 추진 전략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1단계로 3~5년 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질병 예방 및 진단기기 사업을 추진한 뒤 중장기적으로 혈당·콜레스테롤 등 체외 진단기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원격진료, 병원-가정 간 의료정보를 주고받는 웹 서비스, 근력 등 신체기능 보조기기 등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세브란스 등 국내외 주요 병원과의 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에코솔루션 분야에선 빌딩매니지먼트시스템(BdMS)이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이 사업은 LG전자의 기존 칠러(냉각기), 조명, 시스템에어컨 등의 사업을 기반으로 빌딩의 공조·조명·전력·방범시스템을 통합 관리해주는 것이다.

○2020년 신사업으로 ‘글로벌 톱’

보고서는 이런 중장기 전략의 성과가 나오는 시점을 2020년으로 정했다. 이때까지 에너지와 에코,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톱클래스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용 솔루션에선 2020년까지 연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단기 목표도 제시했다. 일단 내년에 △태양광 6800억원 △U-헬스케어 1270억원 △ESS 5100억원 △조명 3500억원 △칠러 5100억원 △BdMS 1812억원 등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 EPC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사업 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뜻한다. 일괄수주를 의미하는 턴키(turn-key)와 비슷한 개념이다.

■ ESS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의 약자.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 가운데 남는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다. 태양광과 수력·풍력 발전 등이 늘어나면서 ESS 수요가 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도 쓰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