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난 1월 이후 은행 영업점을 직접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신영 기자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난 1월 이후 은행 영업점을 직접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신영 기자
25일 오후 3시 서울 태평로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20명이 넘는 직원들은 점심도 거른 채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은행 창구를 찾은 사람이 많아 점심 먹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업점 직원은 “보통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3시에는 방문객이 줄지만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이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에는 하루 평균 500여명이 점포를 찾았으나 최근엔 800여명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대신 직접 은행을 찾는 ‘아날로그족’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줄고 있다. 자칫했다가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터넷뱅킹 이용건수 급감

개인정보유출 이후 달라진 금융소비자들 "인터넷뱅킹은 불안"…은행창구가 북적인다
서울 여의도 명동 등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 있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의 영업점들은 최근 들어 오전 시간에도 대기 번호가 40번을 넘을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 점심시간에만 사람들이 몰리던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개인정보 유출을 두려워하는 아날로그족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아날로그족의 증가는 인터넷뱅킹 건수가 줄어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계좌 이체 건수를 살펴보면 작년 12월 2636만1000건에서 지난 1월 2521만1000건으로 115만건 줄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이용건수는 스마트폰 출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번처럼 한 달 만에 100만건 이상 이체 실적이 감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더라도 조회 서비스만 이용할 뿐 계좌이체는 은행 창구에서 직접 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중장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뱅킹 강좌도 중단됐다. 다른 시중은행의 명동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인터넷·모바일뱅킹 강좌를 열었다”며 “하지만 최근엔 정보 유출 우려로 모바일뱅킹을 활용하기 싫다는 사람이 많아 당분간 강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 실적도 줄어

아예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을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드를 잘못 사용했다가 자신의 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여신전문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카드 이용 실적은 42조6000억~42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작년 1월(43조1000억원)에 비해 1%가량 줄어든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어 2월 이용금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2%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전반적인 경제심리를 보여주는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가 2013년 1~2월 102에서 지난 2월 108로 6포인트나 오른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카드사들이 지난달 24일부터 정보가 유출된 개인들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우편을 발송하고 있어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우편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재확인하면 카드 사용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꺼리는 분위기가 다시 한번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임기훈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