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버냉키·옐런의 '입'…20년 Fed 女대변인 아시나요
1993년 2월 미국 재무부는 엔화절상을 유도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하고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당시 로렌스 서머스 국제담당 차관은 공보실 신참 여직원 미셸 스미스(사진)에게 점심때 중대 발표가 있으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스미스는 기자실에 들러 “점심때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라고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얼마 후 스미스는 차관 방으로 불려갔다. 서머스와 10여명의 관리가 상기된 표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했나.” 서머스는 ‘재무부가 곧 시장 개입에 나선다’는 속보가 나오면서 환율이 요동치는 단말기를 가리켰다.

바로 그때 스미스는 ‘오늘 다른 발표자료 없나요’라며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곧장 기자실로 달려가 ‘시장개입 발표’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 선임에 대한 논평 자료를 돌렸다. 환율시장은 곧 진정됐다. “스미스에 대한 분노가 나중에는 그의 침착함과 현명한 판단력에 대한 존경으로 이어졌고, 그후 7년 동안 거의 매일 함께 일했다”고 서머스는 회고했다.

민주당원인 스미스는 클린턴 행정부를 끝으로 재무부에서 미 중앙은행(Fed)으로 이동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두루뭉술한 발표문은 스미스 손을 거쳤다. 그린스펀은 퇴임 후 스미스를 자신의 컨설팅회사로 데려갔지만 벤 버냉키 전 의장의 설득에 스미스는 다시 Fed로 돌아왔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그의 ‘존재감’이 더 빛을 발했다. 15년 이상 재무부와 Fed에서 쌓아온 ‘인맥’이 자산이었다. 당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 등과 버냉키 의장 간에 매끄러운 소통을 이끌어냈다. 도널드 쿤 전 Fed 부의장은 “백악관과 재무부, 그리고 Fed의 조율된 정책 대응이 필요했는데 그 중심에 스미스가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Fed의 ‘비밀주의’를 깨고 시장과 소통에 적극 나선 버냉키의 행보도 스미스의 ‘연출’이 결정적이었다. CBS의 유명 대담 프로그램 ‘60분’에 버냉키가 출연한 ‘파격’이 대표적이다. “지난 20년간 Fed의 대외 이미지는 무대 뒤에서 일하고 있는 스미스가 만들어왔다(워싱턴포스트)”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8일 재닛 옐런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공개이사회에서 만난 스미스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