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떨어지는 아베노믹스…日 '성장 화살' 빗나가나
잘나가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아베 정권 초기 4% 안팎을 오르내리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연율 기준)은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믿었던 수출도 여전히 기대 이하다. 무역수지(수출-수입) 적자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는 추세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도 걱정거리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내외 환경도 부정적이다. 국내적으로는 소비세 증세라는 대형 악재를 넘어야 하고, 나라 바깥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라는 복병이 대기 중이다. 아베노믹스가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거시지표 줄줄이 침체

일본 내각부는 17일 “일본의 작년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3%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연율 기준으로는 1%로 시장 전망치(2.7%)를 크게 밑돌았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연율 기준)은 작년 1, 2분기에 각각 4.3%와 3.8%를 기록하며 고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3분기 들어 1.1%로 급락했고, 4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내수는 전분기 대비 0.8% 늘어나며 비교적 선전했다. 그러나 수출과 수입을 포함한 외수 부문은 전분기 대비 0.5% 줄어들며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수입 증가율(3.5%)이 수출 증가율(0.4%)을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작년 12월까지 18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지속 중이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만년 흑자를 기록하던 경상수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작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대비 31.5% 감소한 3조3061억엔에 그쳤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85년 이후 최저치다.

○성장전략에도 물음표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도 지지부진이다.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대부분의 규제완화 정책은 아직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기업들도 여전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기본급은 작년에 24만1338엔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일본 기업의 기본급은 2006년 이후 8년 연속 내림세다.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소비심리도 풀이 죽었다. 일본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경기 선행판단지수는 지난 1월 49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재작년 말 아베노믹스 가동 이후 처음이다. 2~3개월 뒤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내분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미타니 다카히로 일본공적연금기금(GPIF) 이사장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GPIF는 2006년 이래 정부에서 독립된 기관”이라며 “일본 정부의 자산비중 변경 요구는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GPIF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 증시를 부양하려던 아베 내각의 계획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일본의 경기회복이 아베 내각의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일본은행이 조기에 추가적인 금융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은 18일 이번달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