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자형 불황’의 늪에 빠졌던 경제지표들이 하나둘 바닥을 찍고 있다.

지난 7일 통계청이 작성한 ‘2013년 12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10개 경제지표 가운데 6개 지표가 회복과 상승 국면에 있었다. 설비투자, 취업자수, 소비자기대지수(상승 국면)가 전월보다 증가세를 이어갔고, 이들을 좇아 광공업생산, 수출액, 기업경기실사지수(회복 국면)가 바닥을 지나 우상향했다.

[2014 경기진단] 경제지표들, L자형 침체 탈출…상승 '스타트'
1년 전(2012년 12월)과 비교하면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당시엔 소비자기대지수, 건설기성액, 수입액, 기업경기실사지수 4개(회복 국면)를 제외한 6개가 모두 하강 국면에 있었다. 상승국면에 있는 지표는 하나도 없었다.

경기순환시계는 회복-상승-둔화-하강이라는 경기 순환 주기에서 각 지표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보여준다. 계절 요인이나 파업, 인구효과 등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경기순환에 따른 증감만 보기 때문에 경기판단에 도움이 된다.

통계청이 판단한 최근의 경기 저점은 2009년 2월. 하지만 다소 개선되는 듯하던 지표는 다시 내리막을 탔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경기순환시계의 특징은 지표들이 원점에 몰린 채 횡보했다는 점”이라며 “이른바 ‘L자형 불황’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됐다.

그러던 경기순환시계가 하강→회복→상승이라는 시계반대방향 회전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다. 4월엔 취업자수가, 5월엔 설비투자가 하강에서 회복 국면으로 이동했다. 바닥을 찍었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회복세였던 소비자기대지수는 6월에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실제 소비다. 경기순환시계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1년간 하강과 회복의 경계축을 지루하게 오갔다. 소비가 확고하게 회복 단계로 이동하지 않는 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