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풀린 지난 14일 낮.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경기 안산시 곳곳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공장 매매와 임대 현수막이 다시 나부끼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공장의 임대와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들이다.

이 지역 씨티컨설팅부동산의 윤석장 대표는 “요즘 경기가 더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공장을 팔거나 세를 놓겠다는 기업이 늘었다”고 밝혔다.

인천지역도 마찬가지다. 공장매매 전문인 인천 십정동 우일부동산의 손환성 사장은 “임대공장이 많이 나오면서 가좌 남동 등 인천지역의 임대료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3만개 이상의 중소 제조업체가 모여 있는 곳이다.

지표경기가 좋아지고는 있다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실제 가동률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하는 가동률조사를 보면 이 조사를 시작한 2002년 7월(73.5%) 이후 작년 말(72.3%)까지 11년6개월 동안 중소기업 가동률은 늘 68~73% 수준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단 한 번도 정상가동률인 80%대에 진입한 적이 없다.

이는 생산현장 곳곳에서도 확인된다. 30개 주물업체가 모여 있는 인천 경인주물단지 업체들의 고철 선철 등 원자재 공동구매 실적은 작년 3월 41억원에 달했다가 12월에는 29억원 수준으로 30%가량 격감했다. 그만큼 일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물뿐만 아니라 단조 도금 열처리 등 뿌리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이들 분야는 기계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뿌리역할을 하는 산업이다. 경기의 주물업체 K사는 생산능력이 월 1500t에 이르지만 지난 1월 생산물량은 600t에 머물렀다. 가동률이 40%에 그친 것이다. 이 회사의 C사장은 “설날이 낀 탓도 있지만 주문 자체가 격감해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가동률과 경기전망을 담당하는 이창희 중기중앙회 조사연구부장은 “가장 큰 요인은 내수경기 침체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발주 감소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그런 체질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생존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천=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