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구자원 회장 석방] "경영상 판단 반영한 판결" 일단 안도
그룹 회장이 나란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한화와 LIG그룹은 11일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LIG는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 이어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까지 실형을 받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는 이날 선고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혐의가 개인 차원의 비리가 아니라 최고경영자로서 그룹 정상화를 위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을 재판 과정에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해 4월 가동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사별로 우선적으로 추진할 사업 등을 재점검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회장이 우울증과 의식장애 등으로 1년 넘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경영 복귀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그룹 차원의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던 한화는 올해도 전체 투자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자유의 몸이 된 만큼 비상경영위가 굵직한 사업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투자 등 의사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선 한화는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서 선제적 투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태양광 시장은 지난 2~3년간 진행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최근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등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건설사업도 김 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 한화는 2012년 이라크에서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액으로는 최대인 80억달러(약 8조5664억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10만가구 건설공사를 따냈다. 전후 복구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라크 정부는 총 100만가구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아파트 추가 수주는 물론이고 발전소, 정유시설, 군사시설 현대화 등 재건사업에도 참여해야 하는데 회장이 없다 보니 그동안 진척이 없었다”며 “중국 터키 인도 등 경쟁국 기업들은 고위급 네트워크를 동원해 경쟁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LIG 관계자는 “구자원 회장의 집행유예는 다행이지만 나머지 판결은 기대만큼 정상 참작이 안됐다”며 아쉬워했다.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피해 보상을 사실상 100% 완료한 것이 충분히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LIG는 일단 항소심 판결문을 수령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LIG손해보험 매각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박해영/서욱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