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현실화된 중국 성장률 둔화와 신흥국 위기로 촉발된 변동성 장세에 미국 경기 둔화 우려까지 가세해서다. 올해는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에서 최근 부진한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자 투자자들은 주식을 빠르게 팔아치우고 있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우려에서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2% 넘게 떨어졌고 유럽과 남미,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안전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 금 가격 등은 치솟았다.

○‘공포지수’ 2012년 12월 이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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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악재는 뜻밖에도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1월 제조업지수가 전달 56.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51.3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치인 56.0을 크게 밑돈 수치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다. 특히 이 지수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신규 주문 지수는 전달의 64.4에서 51.2로 급락했다. 앞으로 몇 달간은 제조업 활동이 부진할 것이란 뜻이다.

예상과 달리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둔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26포인트(2.1%), S&P500지수는 41포인트(2.3%) 빠졌다. 미국 국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형주 주가(러셀2000지수)는 더 큰 폭(3.2%)으로 떨어졌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이른바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6% 급등한 21.44로 201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주간 신흥국 위기에 집중됐던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국내로 옮겨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은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까지는 지표가 부진해도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협상도 악재다. 이달 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북극성 한파 얼마나 큰 영향?

제조업 지수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실망스러운 경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7만4000명으로 전달의 24만100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3일에는 자동차 시장 조사회사인 오토데이터가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줄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건 부진한 지표가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 때문인지, 추세적 현상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1월 판매 부진의 이유로 하나같이 북극성 한파를 꼽았다. 미국 노동부도 지난달 초 작년 12월 고용지표를 발표하면서 “추운 날씨 탓에 27만3000명이 일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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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동반 하락 가능성

날씨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조업 활동 둔화는 글로벌 경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개월 만에 최저치인 50.5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마이크 페롤리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ISM 제조업 지수의 하락분 5.2포인트 중 날씨의 영향은 0.1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난 몇 달 동안 이 지수가 실제 제조업 경기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유지됐기 때문에 지난달 정상 수준을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7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고용동향에 쏠리고 있다. 1월에도 고용 시장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나면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