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유럽 경기의 회복세를 알리는 신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로존의 1월 제조업 경기 전망은 3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조사 업체 마르키트이코노믹스가 3일 발표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1.3포인트 오른 54.0이었다.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독일 제조업 호조에 힘입어 유로존 제조업이 올 1분기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위험통화로 여겨졌던 유로화가 안전통화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험을 기피하려는 심리가 커질 때마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최근 신흥국 시장 불안으로 위험 기피 심리가 강해져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럽 증시 대부분이 1% 넘게 하락한 3일에도 달러화와 파운드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다. BNP파리바의 키란 코우시크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로화는 통상 시장이 불안할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경기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였지만 최근에는 달러화나 엔화 등 안전통화처럼 불안할 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유로존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때문으로 분석했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지면서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유로존 경상흑자는 235억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유로화 상승이 유로존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유로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부진한 실물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유로화를 약세로 유지해 유로존 수출을 늘리려는 유로존 당국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편 월가 투자자들은 신흥국에 이어 미국 증시가 출렁이자 유럽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고 있다. 뱅가드FTSE유럽, 아이셰어즈MSCI유럽통화연맹(EMU), SPDR유로STOXX50 등 6개 ETF는 지난해 일제히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수출 호조가 기대되는 독일, 금융업이 살아나고 있는 영국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