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전화영업 이르면 17일부터 다시 허용…TM 10만명 생계 끊길라…서둘러 완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전화영업(TM·텔레마케팅) 제한 조치를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완화하기로 한 것은 졸지에 생계수단을 잃게 된 텔레마케터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점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업제한 기간에도 텔레마케터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을 보전하라는 주문에 대해 금융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계 보험사들이 법적 근거를 문제삼으며 한·미 통상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치·사회 문제 비화에 부담

카드사의 고객정보 1억여건이 유출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전화 등 비대면(非對面) 영업을 통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TM 비중이 70%를 넘는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 다음달 말까지 TM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달 27일부터 금융당국이 TM을 전면 금지시키자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전화영업을 통해 먹고 사는 텔레마케터와 대출모집인 10만여명은 “대량 실직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대규모 항의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끼어들면서 혼란은 커졌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한 셈’이라는 비유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금융당국이 급조한 대책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궁여지책으로 텔레마케터의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을 금융사에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금융사들은 영업제한으로 인한 타격도 심한 마당에 소득까지 보전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결국 TM 금지로 인한 부작용이 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불안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금융사, 합법 정보 이용 입증해야

금융당국은 17일부터 TM을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합법적으로 얻은 고객정보로 영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다. 자신이 사용하는 고객정보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임을 금융회사들은 증명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3050개 금융회사에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확인 절차를 거쳐 TM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작업이 앞당겨지면 TM 허용 시기도 당겨질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입증하지 못하는 금융사는 TM 허용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금융사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TM 등 비대면 영업 비중이 만만치 않아 2~3개월만 영업하지 않아도 실적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며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조기에 TM을 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정보가 합법적이라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증명해 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정보를 재분류하고 있으며, 영업 재개에 대비해 TM 조직도 점검하고 있다.

김은정/박종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