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왼쪽 두 번째)와 민병무 부사장(가운데), 조윤제 이사(오른쪽 끝). 아시아 특성에 맞는 숙박 공유 사업으로 미국 에어비앤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왼쪽 두 번째)와 민병무 부사장(가운데), 조윤제 이사(오른쪽 끝). 아시아 특성에 맞는 숙박 공유 사업으로 미국 에어비앤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숙박 공유 서비스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아시아에서는 아시아 사람의 여행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빙고동 사무실에서 만난 조민성 비앤비히어로 대표는 미국의 에어비앤비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사업 모델은 세계 어느 업체나 대동소이하지만 지역별로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같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숙박 공유 업체다. 자기 집에 남는 방 한 칸을 여행객에게 싼 가격에 빌려주는 사업으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상무로 있던 조 대표가 2011년 비앤비히어로를 설립한 것도 미국 뉴욕에 출장갔다가 에어비앤비를 써봤던 게 계기가 됐다. ‘비앤비’란 ‘침대와 아침식사’를 뜻한다.

○아시아 여행자들은 주로 4~5명

비앤비히어로가 주목한 아시아의 특성에 대해 민병무 부사장은 “아시아에서도 패키지 여행 대신 알아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숙소를 정하는 자유여행이 크게 늘고 있다”며 “다만 미국, 유럽 사람이 주로 혼자이거나 둘이 여행하는 것과 달리 아시아 사람은 4~5명이 같이 다니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집은 제외하더라도 게스트하우스 같은 소규모 숙박 시설에 4~5명이 동시에 예약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민 부사장은 “일행이 흩어져 방을 잡아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비앤비히어로는 건물 하나에 최소 방이 4개 이상인 곳을 많이 확보하고 4~5명이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를 찾는 여행객의 70~80%가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이라는 조사에 기반한 전략이다.

한 달 또는 두 달가량의 단기 임대에 나서는 것도 이 회사가 내세우는 차별점이다. 조 대표는 “성형수술 또는 중병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며 “비앤비히어로에서는 가족과 같이 한두 달간 머물 수 있는 싼 방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지만 친척 집에 오래 있기 부담스러워 하는 동포들, 방학 때마다 한국의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학원에 공부하러 오는 미국 동포 고등학생들도 대상이다.

○한·중·일 숙박 네트워크 목표

조 대표와 민 부사장 등 창업 멤버들은 모두 40대다. 외국계 기업, 국내 대기업, 컨설팅 회사를 다니던 이들이 늦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 것은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조 대표는 “사회가 갈수록 남는 것이 많아지는 잉여 경제로 바뀌고 있다”며 “경제와 인구 성장이 안정세에 들어가면서 남아도는 것을 나눠 쓰는 공유 경제가 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큰 흐름에 아시아적인 특성을 접목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앤비히어로에 등록된 한국의 방 수는 4000여개, 사용자는 연간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일본 부동산 임대관리 업체인 카세그룹과 계약을 맺으면서 일본 진출에도 나섰다. 일본에서 확보한 방 수는 4000개다. 조 대표는 “중국 진출도 추진 중”이라며 “한국, 중국, 일본을 잇는 숙박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