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위기 "국지적 혼란" vs "선진국 전이" 논쟁
아르헨·터키 위기 장기화 땐 스페인 등 유로존 성장률 타격
월가선 낙관 모드
90년대 亞·남미 외환위기때도 美경제 오히려 견실한 성장
비관론 진영에는 일본 노무라증권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 등이 있다. 2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위기가 장기화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지역과의 무역 거래가 많은 스페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칼라 마르쿠센 소시에테제네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통화가치 급락 현상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면 글로벌 경제 전체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와 소시에테제네랄이 이같이 우려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전체에서 신흥국 위상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2012년 기준)로 20년 전(약 18%)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론도 있다. 미국 월가의 리서치업체 코너스톤매크로는 “특정 국가의 국지적인 위기와 광범위한 위기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은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통화가치 급락 현상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크리스찬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일부 신흥국 위기로 유럽지역 실물경기가 타격받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 낙관론자가 주목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와 남미 지역의 외환위기다. 당시 상당수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1997년과 1998년 4%대 성장세를 유지했고, 같은 기간 유로존도 2.5%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논설위원은 이날 ‘위기 이후 세계의 도전들’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올해 선진국 경제 전망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생산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근본적인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는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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