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제 갈길 가나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Fed가 양적완화(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 규모와 향후 통화정책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등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에 따라 신흥국 통화위기가 고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Fed는 작년 12월 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850억달러에서 올 1월부터 750억달러로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에 착수했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사진)은 “향후 점진적이고 신중한 속도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전문가는 Fed가 이번에도 채권매입 규모를 추가로 100억달러 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이 해외 여건보다 국내 경제 상황을 근거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Fed의 당면 과제는 자산버블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해야 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면서도 경기회복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가급적 빨리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신흥국 통화위기가 FOMC 마지막 날까지 더 악화될 경우 Fed가 테이퍼링을 한 번 건너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Fed가 신흥국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흥국 위기가 미국 증시 및 경제에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 때문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신흥국의 경기침체가 깊어지면 유럽 등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도 현실화될 수 있다. 이달 말 퇴임하는 버냉키 의장과 재닛 옐런 차기 의장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월가 전문가들은 Fed가 당초 계획대로 테이퍼링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 위기는 테이퍼링뿐만 아니라 중국 성장둔화, 각국의 정치불안과 경제부실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특히 장기금리 상승 우려가 사라졌다는 점도 테이퍼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작년 여름 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할 당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개월여 만에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테이퍼링이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이달 초 연 3%에 육박했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2.74%로 떨어졌다. 2개월래 최저치다. 양적완화 축소가 장기금리 상승을 불러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초래해 주택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다.

최근 국채수익률 하락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위기를 피해 ‘안전자산’을 찾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외 여건(신흥국 위기)이 역설적으로 Fed의 테이퍼링을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