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비상 건 황창규…"급여 30% 자진반납"
KT가 28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연봉의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투자와 비용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성장 정체로 인한 실적 악화,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KT는 이날 지난해 4분기(10~12월) 14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창사 이래 두 번째 분기 적자다.

◆황창규 회장, 급여 30% 반납

황 회장은 취임 이튿날인 이날 오전 9시 KT 분당 사옥에서 새롭게 구성된 임원진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현재 KT는 핵심인 통신 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데다 비(非)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KT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을 받은 만큼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먼저 자신의 기준급 30%를 반납하고, 장기 성과급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기로 했다. 이석채 회장 시절인 2012년 연봉 대비 6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도 기준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날 인사로 임원 규모가 3분의 2로 축소된 데다 회장과 임원들의 연봉 반납에 따라 연간 약 2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KT는 예상했다.

황 회장은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계열사를 포함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그는 “사업별·그룹사별 효율성을 진단해 투자와 비용을 재조정할 계획”이라며 “사업조직의 권한을 강화하고 공과에 따른 보상과 책임을 명확히 하며, 각 부문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되 부문장 책임 아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깊어지는 ‘황의 고민’

황 회장이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는 실적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이날 발표된 4분기 실적은 참담했다. 4분기 매출은 6조214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했다. 하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494억원과 3007억원에 달했다.

KT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사 이래 두 번째다. 특히 2009년 4분기 적자는 6000여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 때문에 발생한 것이어서 이번 적자는 더욱 뼈아프다. 최고경영자(CEO) 교체기에 부실을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어닝 쇼크’ 수준이다. 황 회장으로서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지난해 연간으론 영업이익이 8739억원으로 전년보다 27.7% 줄었고, 순이익도 1816억원으로 83.6% 급감했다. 실적 악화는 유선 매출 감소에다 감가상각비 등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유선 매출은 유선전화 가입자와 통화량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6.7% 줄어든 5조9654억원을 기록했다. 무선 매출은 두 차례의 영업정지 여파로 전년 대비 0.9% 늘어난 6조9765억원에 그쳤다. 특히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것도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KT는 4분기에만 7557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전분기 대비 25.4%,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난 규모다.

KT는 현재 주력인 통신사업의 부진을 비통신 분야 실적으로 메우는 형편이다. 통신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황 회장이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1등 KT’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9월 광대역 LTE(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 후 KT의 가입자 이탈이 진정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LTE 가입자가 늘면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직원 수만 3만2000여명에 달하고, 경쟁사보다 1조5000억원을 더 쓰는 인력구조는 KT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임원에 이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