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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임금이 묶이면 세계 경제도 침체된다.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미래 수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사진)이 23일(현지시간) 개막 이틀째인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한 말이다. 그는 패널 토론에서 “중산층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소비자이며, 한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다른 기업의 수익이 된다”며 중산층의 소비 위축이 경제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슈밋 회장은 이어 “대다수의 기업이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능한 한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이 최선의 경제법칙인 것처럼 여기며 노동자의 임금 삭감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런 것이 세계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경영자와 투자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산층의 임금 문제와 더불어 산업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자동화’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슈밋은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하면서 고용 구조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자동화로 밀려나는 일자리 문제가 앞으로 20~30년간 중요한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근로 형태가 바뀌어 파트타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모바일 통신 발달로 산업현장뿐 아니라 사무직 일자리도 지위를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슈밋 회장은 경고했다. 그는 “컴퓨터와 인간의 경쟁에서 인류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이 밖에도 크리스토퍼 드 마제리 토탈 최고경영자(CEO), 중국의 최고 갑부로 꼽히는 왕젠린 다롄완다 그룹 회장,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등이 패널 등으로 참석해 현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마제리 회장은 “유럽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신흥국으로 재분류돼야 한다”며 “유럽이 획기적인 개혁을 해야만 고속 성장하는 개도국에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근로자가 더 숙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랭크페인 회장은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갈수록 중국 국익이 전 세계와 충돌하고 있다며 “베이징 지도부가 환율 조작으로 (세계시장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민영화 노력이 세계 경제의 일원이 되는 데 중요한 부분이지만 예외를 고수하고 있어 상황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왕젠린 회장은 “유럽이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비즈니스 접근이 어렵지만, 그중에서 영국이 중국 투자자에게 가장 개방적인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해 영국 호화 요트 제조업체인 선시커인터내셔널을 3억2000만파운드(약 5721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