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에 있는 핸즈코퍼레이션은 자동차 바퀴용 알루미늄휠을 만드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다. 1972년 회사 설립 이후 ‘한우물’만 파왔다. 2002년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1148억원. 공장도 달랑 한 곳(주안공장)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0년, 핸즈코퍼레이션의 2012년 매출은 5848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의 차(車)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알루미늄휠 주문이 늘어난 덕분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국내 공장에 이어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도 공장을 세웠고, 금형을 만드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작년엔 전체 직원(889명)의 절반에 가까운 431명을 새로 채용했다.

현대·기아차 달린 덕에 협력사 1만7000명 더 뽑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고속성장에 따른 낙수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협력사들의 고용이 늘고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23일 330여개 1차 협력사의 작년 신규 채용인원이 1만721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2년 1차 협력사 총 채용인원(1만4531명)보다 18.5% 늘어난 규모이다. 작년 초 협력사들이 세웠던 고용계획(1만명)에 비해선 70% 이상 고용인원이 늘었다.

시트벨트를 납품하는 1차 협력사 한국타카타(경기도 화성)는 전체 직원이 500명 남짓인데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436명을 뽑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5000여곳에 달하는 2,3차 협력사 채용인원을 합하면 전체 협력사 고용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와 학계에선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의 고용이 급증한 데 대해 대표적인 ‘낙수효과’(트리클다운, trickle down)에 따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10년 새 판매량을 3배 가까이 늘리면서 생긴 ‘과실’이 협력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자동차기업의 재무성과와 동조화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낙수효과’를 실증 분석했다. 조 교수는 보고서에서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250개사의 지난 10여년간 매출, 고용, 부채비율 등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250개 협력사들의 평균 연 매출은 2003년 1248억원에서 2012년 3703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협력사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액도 2억8000만원에서 6억67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협력사들은 매출이 늘면서 R&D에 투입하는 비용도 늘렸다. 2003년 연 평균 16억6000만원을 R&D에 투입했던 협력사들은 2012년 60억원을 썼다. 재무건전성도 확연히 개선됐다. 2002년 313.55%에 달했던 협력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2012년 177.37%로 하락했다.

고용여력도 높아졌다. 2002년 329명이었던 협력사 평균 직원수는 10년 뒤인 2012년 416명으로 증가했다. 2002~2012년 사이 현대·기아차의 직원은 11.9% 늘어난 데 비해 협력사 직원은 무려 26.4%나 늘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