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스트레스 지수로 본 '신흥국별 테이퍼링 충격도'는…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추진에 따른 충격이 최대 변수다. 신흥국은 더 그렇다. 글로벌 투자 관점에서 테이퍼링 추진 등에 따라 투자자가 느끼는 피로도(疲勞度)를 파악하는 기법으로 금융스트레스지수(FSI·Financial Stress Index)가 널리 활용돼 왔다.

금융스트레스지수란 이 분야에 가장 앞선 캐나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투자자 등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도’로 정의된다. 즉, 주가와 같은 금융변수의 기대값이 변하거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금융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로도가 높게 나오면 투자자금 유입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곧바로 이탈한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과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금융스트레스지수를 개발해 적극 활용하는 것은 종전의 투자판단지표가 각종 위기에 제한적으로 접근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움직임과 위기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지수화해 알려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스트레스지수는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피로도를 하나의 지표로 보여준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스트레스 지수로 본 '신흥국별 테이퍼링 충격도'는…
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융스트레스지수 산출 과정을 보면 우선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금융분야를 네 부문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즉 주식, 채권, 외환 등 세 가지 금융시장과 은행부문이 금융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고, 부문별로 주요 변수들을 추출해 부문별 스트레스지수를 구한다.

다음 단계로 부문별 스트레스지수를 가중 평균하는 방법으로 한 나라의 종합적인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산출한다. 이 지수는 연속적인 시계열 자료로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2010년 유럽재정위기 국면에서 유난히 높게 나왔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신흥국 투자자들이 받는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산출해 보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외환보유액이 적고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해 투자자들이 가장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고위험 위기국’으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 폴란드, 브라질 등으로 나온다.

반면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멕시코,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스트레스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남은 신흥국들은 ‘중위험 위기국’으로 분류된다. 외환보유액은 적정 수준 이상 쌓아 놓고 있지만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중남미, 중동, 선발 동남아 국가들이 해당된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동일한 방법을 한국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주요 금융사건의 발생 시기와 강도가 금융스트레스지수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이 처음으로 언급된 이후 우리의 금융스트레스지수가 다시 상승 추세로 반전되고 있는 점이다.

작년 8월 이후 외국자금 유입과 원화 강세 등이 경기회복이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책 대전환기에 ‘셸터(shelter·피난처)’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정책당국 혹은 정책의 불확실성과, 금리차와 환차 면에서 불리해지면 외자이탈에 따른 교란요인이 발생해 주가 조정 등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국내 증시처럼 피로도가 높아질 때 시겔형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전략은 경기와 증시 상황에 따른 주도주, 인기주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특히 시겔이 강조하는 ‘DIV’ 지침대로 주식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평가(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주식선택 전략을 말한다. 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테이퍼링 추진 이후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커진다 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이 유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화는 투자 지형에서 ‘세계가 하나의 운동장’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추세와 가치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주식이 궁극적으로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 지형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브릭스에서 선진국과 ‘골든 트라이앵글 뉴프런티어 마켓국(서브 사하라·후발 아세안+몽골·서부 중남미)’으로 분산되는 흐름을 잘 읽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