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도 총재와 금융통화위원의 연봉을 20% 삭감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경비 절감을 압박하자 한은도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14일 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방침을 한은에도 적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한은은 금융공기업이 성과급 상한선을 기본 연봉의 100%에서 60%로 낮추기로 하면서 경영진의 평균 연봉이 20%가량 깎인 점을 감안, 비슷한 수준으로 자진해서 임금을 깎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봉 3억5000만원인 한은 총재는 2억8000만원으로, 부총재를 포함해 6명인 금통위원 연봉은 3억2000만원에서 2억56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5명의 부총재보는 2억5900만원에서 약 2억원으로 감소한다. 한은 관계자는 “기본급을 줄이거나 경영평가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성과급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반직원의 임금인상률도 정부가 정한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인 1.7%에 맞추기로 했다. 2012년 말 기준 한은 직원의 평균 연봉은 9389만원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 등과 맞먹는다. 한은은 1급 고위 간부는 임금을 동결하되, 2급 이하 직원들부터 인건비 총액 증가율을 1.7%로 맞출 계획이다.

한은 내부에선 공공기관이 아닌 한은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임원들이 임금을 10% 일괄 삭감한 적이 있지만 이번 삭감폭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이심기/김유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