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혁 연구원
최용혁 연구원
기업은 지역 산업 발전의 주체이자 지역에서 육성된 인재와 기술의 수요자다. 기업이 움직여야만 지역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지역 개발 전략에는 기업의 목소리가 좀처럼 반영돼 있지 않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첨단 산업단지가 잘 채워지지 않고, 지역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도 정권 교체 때마다 방향이 바뀌는 정책은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높인다.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한 한국의 현실에서는 지역의 자율성이 크게 제한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장기적으로 뚝심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기 어렵다. 선도산업 자체가 시류에 따라 정보기술(IT), 태양광에서 물산업 등으로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기업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수립할 단일 창구도 마련돼야 한다. 지역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중앙부처를 신설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는 지역 관련 정책이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보니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역 산업구조와 인재 육성 정책이 연계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산업에 특화된 인적자원이 지역 내에서 공급되지 못하면 기업이 직접 교육을 하거나 타지에서 끌어와야 한다. 결국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들도 이제 지역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은 지자체도 글로벌 경쟁을 한다. 기업들은 보유한 글로벌 역량과 지적 자산을 활용해 지자체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지역사회 참여는 아직까지 복지, 문화, 장애인 채용 등 낮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에 머물러 있다. 독일의 철강회사인 티센크룹(ThyssenKrupp)이 도르트문트에 있던 제철소를 폐쇄한 이후에도 지역의 성공적인 변신을 위한 비전 수립에 적극 공헌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지역 경제 성장은 지자체와 기업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