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폭스바겐 공장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폭스바겐 공장
지난달 19일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시 도심에 위치한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넓은 잔디 마당과 세련된 느낌의 건물은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2만8800장에 달하는 유리로 외벽을 마감해 밖에서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공장 내부에는 5만㎡의 식물원까지 따로 조성돼 있다.

폭스바겐이 1억8662만유로를 투자해 2001년 완공한 이 공장은 이제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드레스덴의 명소로 부상했다. 직접 고용인력만 8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공장 설립 당시만 해도 환경 단체와 인근 주민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자동차 조립 공장이 시내 한복판에, 그것도 도시계획상 공원 부지에 세워진다는 데 선뜻 동의해줄 사람은 없었다. 폭스바겐 측은 난처했다. 이때 작센주와 드레스덴시 정부가 적극 나섰다. 수많은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다. 자동차 공장 유치가 지역 경제에 가져올 혜택과 마치 공원처럼 꾸며질 공장 청사진에 대해 집중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아울러 드레스덴시 측은 건축 허가를 속전속결로 내주는 등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폭스바겐 공장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폭스바겐 공장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집중 공습을 받아 도시의 80%가 폐허가 됐던 지역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옛 동독에 편입되면서 지역 개발이 크게 정체됐다. 그러다 동·서독 통일 이후 전환기를 맞는다.

쿠르트 비덴코프 전 주총리가 드레스덴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통일 첫해인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2년간 재임하면서 ‘작센주의 왕’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하르트무트 포어요한 드레스덴시 재무담당 부시장은 “비덴코프 전 주총리는 기업인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해와 신뢰를 쌓았다”며 “기업이 투자를 위해 요구하는 사항들도 즉각적으로 반영해줬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기업 유치 전략으로 1994년 지멘스, 1996년 AMD, 1999년 폭스바겐 등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이끌어냈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반도체 회사 인피니언,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 등도 비슷한 시기에 연구개발 및 생산 기지를 마련했다. 현재 드레스덴에서 가동 중인 기업 수는 이를 포함해 총 5만개에 육박한다. 1990년 1만2700여개에 비해 4배가량 급증했다.

세계적인 연구소도 앞다퉈 들어왔다. 독일 3대 기술연구소인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라이프니츠 등도 드레스덴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 연구소는 과거 동독에서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인정받던 드레스덴 공대 및 각 기업들과 함께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최근 제일모직이 인수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 기술 보유업체 노발레드도 드레스덴 공대 교수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이었다.

지역 경제도 덩달아 빠르게 성장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64억9500만유로에서 2010년 152억9700만유로로 2배 이상 늘었다. 1990년대 16%까지 올라갔던 실업률은 2011년 8.5%로 떨어졌다.

‘엘베 강의 피렌체’로 불릴 만큼 탄탄했던 문화·예술적 기반도 기업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드레스덴시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크리스토프 홀렌더스 변호사는 “인구 50만명 도시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2개나 있는 데다 국립오페라하우스는 바그너의 ‘탄호이저’가 초연된 곳으로 유명하다”며 “드레스덴의 경쟁력은 이 같은 기반 위에 훌륭한 정치적 리더십이 결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레스덴=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한경·포스코경영연구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