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국제상업은행그룹(CIMB)과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의 성공 사례로 벤치마킹하는 금융회사다. HSBC나 씨티그룹처럼 세계적인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분명하고 구체적인 글로벌 전략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CIMB는 2006년 이후 급성장했다. 총자산은 2005년 1170억달러에서 2013년 3370억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점과 법인 등 해외 네트워크는 230개에서 1080개로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직원 수도 1만2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불었다.

전문가들은 CIMB의 성장에 대해 아시아 신흥국가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CIMB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인접 국가의 중소형 은행과 증권사를 매년 한두 곳씩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008년에는 인도네시아 피티 뱅크 니아가(PT Bank Niaga)와 피티 뱅크 리포(PT Bank Lippo)를 합병했다. 같은 해 태국의 뱅크 타이(Bank Thai)를 인수하고 중국 잉커우뱅크(Bank of Yingkou)에 투자하기도 했다. 2011년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부문을 인수했다. 현재는 필리핀의 뱅크오브커머스(Bank of Commerce)의 지분 60% 인수를 추진 중이다.

CIMB는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한 후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대부분 경영진을 현지 인력으로 채웠다.

호주의 ANZ는 주로 해외 국가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1998년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에 시달릴 무렵 인도네시아 피티 패닌 뱅크(PT Panin Bank)를 인수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RB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 부문을 사들였다. ANZ뿐 아니라 커먼웰스(Commonwealth)은행, 웨스트팩(Westpac)은행, 국립호주은행(NAB) 등 호주의 다른 주요 은행들도 ANZ와 비슷한 전략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