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후폭풍…이민자로 눈돌리자

씀씀이 커지는 이민자
제주도 외국인 거주비자 확대…중국인 카드결제액 2013년 2배

3년뒤 생산가능인구 감소
폐쇄적 이민정책 유지하면 지역경제 침체늪 못 벗어나
< 투자이민 어때요 > 중국인들이 지난해 말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의 제주녹지리조트 모델하우스에서 리조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대상인 이 리조트는 중국 건설업체 녹지그룹의 한국법인인 녹지한국이 만들고 있다. 녹지한국 제공

< 투자이민 어때요 > 중국인들이 지난해 말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의 제주녹지리조트 모델하우스에서 리조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대상인 이 리조트는 중국 건설업체 녹지그룹의 한국법인인 녹지한국이 만들고 있다. 녹지한국 제공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 거리 초입에 중국어로 최고를 뜻하는 ‘쭈이방(最棒)’이라고 적힌 대게 전문점 앞에서 자이허(荷) 씨는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제주시 한림읍의 복합리조트 단지 ‘라온프라이빗타운’에 콘도를 갖고 있는 그는 “살기 좋은 제주도를 보여주고 싶어 상하이에 있는 식구들을 다 불러모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그는 지난해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이용해 거주비자(F-2)를 발급받아 올 한 해 절반 이상을 국내에 머물렀다.

○늘어나는 중국 이민자

최근 제주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2010년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한 이후부터다.

외국인이 국내 호텔·콘도 등 부동산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거주비자를 주고 5년 뒤에는 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를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이 제도로 437명이 거주비자를 받았다. 2012년 말(156명)보다 2.8배 늘어난 수치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9년 말 제주도에 등록된 외국인 자동차 수는 362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773대로 2배 이상 늘었다. 거주 외국인의 지출 증가세는 ‘BC은련카드’의 제주도 내 결제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다. BC카드가 중국 내 유일한 카드사인 인롄(銀聯·Union Pay)과 제휴해 만든 카드로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필수 결제 수단이다. 지난해 제주도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 관광 쇼핑공간 외에서 이 카드를 사용한 금액은 9월 말까지 511억73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준으로 2012년 금액(211억2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쪼그라드는 소비인구…이민자 500만 유치해 '내수 근육' 키워라


○폐쇄적 이민정책으론 내수부양 못해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제주도처럼 투자이민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2016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의 인구구조를 감안할 때 적정 규모의 소비층을 외부에서 수혈받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선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그동안 이민자를 단순히 결혼 상대자, 근로자 등으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수 시장의 버팀목으로도 여기면서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주 소비계층(0~64세) 인구는 이미 2010년(4395만명)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 소비계층은 2020년 4335만명, 2030년 3946만명, 2040년 3459만명 등으로 지속해서 감소할 전망이다.

소비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위축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아동 인구(0~14세) 감소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수가 2003년 4168개에서 2012년 3637개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리처드 쿠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장기 침체 원인은 저출산으로 인한 소비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한국이 일본처럼 이민자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지속하면 경기가 가라앉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산, 이민자로 지역경제 유지

일본의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2011년 기준)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6%에 현저히 못 미친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역시 지난해 1월 기준으로 144만명에 불과해 전체 주민등록인구 대비 2.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규모와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2030년엔 이민자 수가 300만~500만명 정도 유지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2030년 총인구 전망치의 6~8% 수준이다. 지난해 이민정책연구원이 법무부에 제출한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비한 이민 및 사회통합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적정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2030년까지 414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홍 법무부 체류관리과장은 “정부에서 이민자 적정 규모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이민자로 내수가 유지되는 경기 안산시 등을 보면 국내 소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