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위서 두 단계 내려가…LG전자도 5위→14위
소송 '표적', 미국 이통사·중국 스마트폰 업체로 이동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괴물의 공세가 지난해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방어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특허 전문 업체들은 미국 이동통신회사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표적'을 옮기고 있다.

13일 미국 특허조사회사 '페이턴트 프리덤(Patent Freedom)'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부터 지난해 38건의 소송을 당했다.

이는 글로벌 주요 기업 가운데 특허괴물 소송이 다섯 번째로 많은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순위는 지난 2012년 3위(37건)에서 두 단계 떨어졌다.

NPE는 각국의 특허를 사들이고 나서 특허 침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다.

인터디지털, 램버스 등의 NPE는 한국에서 매년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

LG전자의 순위는 2012년 5위에서 지난해 14위로 대폭 떨어졌지만 피소 건수는 25건에서 27건으로 두 건 늘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순위도 1위(44건)에서 공동 2위(42건)로 내려갔다.

구글은 지난해 42건의 소송을 당해 애플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구글의 전년도 피소 건수는 43건이었다.

특허괴물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제기한 소송 건수가 늘었지만 전체 순위가 하락한 것은 특허괴물의 공격이 미국 통신업체들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기업은 미국 이동통신업체 AT&T로 모두 51건의 소송을 당했다.

이는 2012년 피소 건수(24건)를 두 배 이상 넘어선 것이다.

순위는 2012년 6위에서 작년 1위로 단숨에 다섯 계단이나 올라갔다.

버라이즌은 애플, 구글과 함께 피소 건수 공동 2위에 올랐다.

피소 건수는 2012년 25건에서 작년 42건으로 증가했다.

이밖에 스프린트 넥스텔의 순위가 17위(15건)에서 7위(32건)로 뛰었고, T-모바일을 소유한 독일 도이치텔레콤 순위가 29위(8건)에서 9위(31건)으로 올라갔다.

통신사들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면서 미국 이동통신업계 1∼4위인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T-모바일이 모두 특허 소송에 몸살을 앓은 것이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이용한 이메일 서비스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NTP'는 버라이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거액의 합의금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HP(33건·6위), 델(32건·공동 7위)과 아마존닷컴(31건·공동 9위)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특허괴물의 공세가 격화됐다.

급부상하는 중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 ZTE는 피소 건수 공동 11위에 올랐다.

화웨이에 대한 특허괴물 소송 건수는 13건에서 30건으로, ZTE는 16건에서 30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NPE들이 벌인 특허 소송은 모두 3천134건으로 전년도의 2천652건보다 482건 증가했다.

특허 펀드 전문가인 김홍일 IBK자산운용 부사장은 "현재 미국 국회에 NPE들의 소송 요건을 강화하는 규제 법안이 올라와 있다"며 "법안 통과 전에 소송을 걸어두려는 NPE들이 움직이고 있어 소송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등 NPE 공세에 시달리던 국내 기업은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미리 특허를 사버리는 등 초기 대응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이 늘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5년(2009∼2013년)간 특허괴물과의 전체 법적 분쟁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1위 구글(192건), 2위 애플(191건)에 이어 3위(151건)를 차지했다.

이 기간 LG전자는 116건의 소송을 당해 10위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