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해외 직구' 年1조…소비 유출
직장인 김효진 씨(30)는 지난해 말 미국 온라인 오픈마켓인 아마존에서 삼성전자의 51인치 디지털 TV를 현지 판매가격 대비 30%가량 싼 690달러(약 73만원)에 구입했다. 관세(제품가격의 8%)와 부가가치세(10%), 배송 대행 수수료(69달러) 등 추가 비용을 포함해 원화로 총 93만원이 들었다. 그러고도 이득을 봤다. 당시 한국 온라인 몰에서 똑같은 제품이 100만원대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격이 싼 데다 제품도 워낙 다양해 해외 온라인 몰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 직접 구매(직구)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국내 온라인 직구족(族)의 해외 주문은 총 980만건으로 금액은 9억1100만달러에 달했다. 12월 수치를 반영하면 1조원을 넘어섰을 게 확실시된다. 이는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올린 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2010년 2억7400만달러였던 해외 직구는 매년 20~30%의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득 정체와 가계부채에 짓눌려 가뜩이나 취약한 소비 기반이 해외 직구 열풍에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내수 활성화를 전면에 앞세운 박근혜 정부는 최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