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삼성전자의 고민 "고급 스마트폰·TV 더 팔 곳이 없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예상돼 왔다. 주력 제품인 고가 스마트폰과 TV가 범용 제품으로 바뀌면서 값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프리미엄 제품이 범용 상품으로 바뀌면 공급 회사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소비자는 더 이상 비싼 값을 주고 제품을 사지 않으려 하는 데다 경쟁사와 차별화가 어려워 판매량을 늘리기 쉽지 않다.

TV 시장에선 2011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1년 2억4863만대였던 세계 TV 판매량은 2012년 2억3275만대, 지난해 2억2759만대로 감소했다. 시장이 포화한 탓이다. 업체들은 판매량 유지를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국 월마트에서는 삼성 65인치 LED TV가 999달러, LG전자 55인치 LED TV가 499달러에 판매됐다.

이 때문에 TV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실적은 줄고 있다. 2012년 3분기 8조2300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3분기 7조6800억원으로 6.7%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5.5%로 전년 동기(25.2%)보다 높아졌지만 매출은 준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스마트폰도 TV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본다. 실제 갤럭시S나 노트 시리즈는 2012년만 해도 대체재가 없었다. 그러나 작년 2분기 소니 LG 화웨이 등이 비슷한 품질의 스마트폰을 쏟아내자 갤럭시S4 판매량은 2분기 2050만대에서 3분기 1450만대, 4분기에는 1000만대로 급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별화를 위해 마케팅비를 쏟아붓다 보니 수익성은 더 떨어진다. 삼성이 최근 갤럭시기어를 집중 광고한 것은 잘 팔려서라기보다는 시장선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전략을 바꾸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매달리기보다 대량 생산으로 생산비를 낮추는 식이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싼 베트남에 45억달러를 투자, 지난해 박닌성에 연산 1억2000만대 규모의 제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인근 타이응우옌성에 짓고 있는 제2공장도 올 3월 가동에 들어간다.

주요 부품 내재화도 서두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주요 부품을 내재화하는 것은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가격 경쟁력이 좌우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휴대폰 케이스 제조에 착수, 현재 월 500만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카메라모듈도 2012년부터 직접 만들고 있다. 최근엔 갤럭시S5에 탑재될 지문인식장치도 자체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균 IM부문 사장은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데이 행사에서 “그동안 스마트폰은 선진국 위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신흥시장에서 더 많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김병근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