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년하례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사진/ 변성현 기자
삼성 신년하례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사진/ 변성현 기자
[ 김민성 기자 ] "2014년,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4년 그룹 신년사를 통해 강도높은 체질 변화를 재주문했다.

이 회장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 참석, "5년 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 프로세스와 문화를 과감하게 버리자"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회장은 먼저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세계적 저성장 기조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는 이유였다. "특허 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는 말로 라이벌 애플과 2년 넘게 벌이고 있는 국내·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피로감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면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좋은 성과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와 성과가 부진했던 계열사 모두 올해는 더 긴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이라고 언급했지만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 외 여타 계열사에 대해서는 "제자리 걸음인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부진한 사업은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표현으로 재도약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 회장은 변화를 위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및 제도, 관행부터 떨쳐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한다"면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힘 줘 말했다.

'위기를 곧 기회'로 여기는 적극적 인식 변화도 요구했다.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다"고 운을 뗀 이 회장은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자"고 제안했다.

"협력회사는 삼성의 소중한 동반자"라는 말로 공유가치창출(CSV) 경영 이념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한다"고 "면서 "나아가 그늘진 이웃과 희망을 나누고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의 디딤돌이 될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더 늘려 나가자"고 말했다. 삼성이 독주하는 재벌이 아닌 산업 및 사회 전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비전을 강조한 셈이다.

삼성 임직원은 '미래를 대비하는 주역'이라고 표현했다. 이 회장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기 바란다"면서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자"면서 "우리의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는 말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신년하례식에는 삼성그룹 회장단 및 사장단·임원진 1800여명이 총출동했다. 이 회장이 영상을 통해 전달한 이같은 신년메시지는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 한·중·일·영어 등 4개국어로 전세계 임직원에게 생중계됐다.

■ 아래는 이건희 회장 신년사 전문

삼성가족 여러분.

2014년을 여는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국내외 임직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어야 했고 특허전쟁에도 시달려야 했습니다.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경쟁력을 높이면서 좋은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그 동안 현장 곳곳에서 열과 성을 다해 준 임직원 여러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한결같이 삼성을 응원하고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과 정부, 사회 각계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세계 각지의 임직원 여러분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습니다.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합니다.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립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합니다.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습니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냅시다.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합니다.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히 연구개발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주역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기 바랍니다.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협력회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합니다.

지난 한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나아가 그늘진 이웃과 희망을 나누고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의 디딤돌이 될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더 늘려 나갑시다.

사랑하는 삼성가족 여러분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갑시다.

우리의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