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2014] 靑馬와 '퀀텀점프'…한국 금융 새 도전 시작됐다
한국 금융이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저성장과 수익성 악화라는 먹구름이 당장 걷힐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새해에는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금융권 전반에 충만하다.

금융권 판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이 속속 진척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새판짜기에 시동이 걸렸다.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를 품게 될 금융지주사들은 새해 벽두부터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돌이켜보면 한국 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패러다임 전환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과거의 행태에 안주하다 보니 금융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호기를 놓쳤다. 혁신적인 시장 개척보다는 단순한 자금 중개 중심의 출혈 경쟁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고, 담보와 보증에 의존한 쉽고 보수적인 영업 행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은행의 전체 당기 순이익이 글로벌 은행 1개의 순이익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금융소비자를 도외시한 결과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로 나타났다. 소비자보다는 금융회사 우위의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한국 금융이 종전의 관행에 안주한다면 현상 유지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직면한 도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재도약할 수 있다.

우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실물경제와 동반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챵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중소·중견기업과 고부가 서비스업을 지원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경제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할 2018년 전까지 빠르게 축적될 연금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과 경제 규모, 여건 등이 비슷한 호주가 1992년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비약적인 금융산업의 발전을 이룬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령화를 주택연금, 고령자 대상 보험, 생애주기 자산관리업 등 금융의 신수요 창출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붕어빵식 진출’로는 희망이 없다. 문화와 경제 발전 경로가 한국과 유사한 아시아 신흥국은 여전히 미개척 시장이다. 그동안 축적한 부실채권 정리 경험과 인프라를 수출하고 부실화한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전략도 세워봐야 한다.

한국 금융은 그동안 간접금융 위주로 성장해왔다. 새해에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늦은 자본시장, 벤처투자, 기업금융 등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