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 "은행만으로 싸우던 시대 끝났다…우투證 앞세워 그룹간 경쟁 자신"
“은행만으로 싸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금융그룹 대 금융그룹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습니다.”

지난해 말 가장 관심을 끈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유의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우투증권 인수전을 승리로 이끈 자신감이 곳곳에서 배어났다.

▷우투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오랜 공직 생활에서 얻은 것이 ‘원칙’의 중요성이다. 매각자의 뜻에 따라 우투증권을 포함한 4개사를 모두 인수한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해야겠다는 전략을 짰다. 가격을 적절하게 분배한 것이 인수전을 승리로 이끈 요인이었다.”

▷농협금융은 증권업 경험이 짧다. 우투증권 경영 전략은.

“농협 내 계열사를 활용해 글로벌 증권사로 키우겠다. 농협금융의 해외 진출에 우투증권을 최첨병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투증권의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을 농협은행과 지역농협 등을 통해 공급하겠다.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국 각 지역에서 은퇴 자금을 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투증권에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농협은 금융, 경제사업 등을 합해 계열사가 모두 28개에 달하는 만큼 각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우투증권 출신들도 전문성만 보겠다. 더 인정받고, 클 수 있는 조직인데 인재들이 과연 나가겠는가.”

▷우리아비바생명과 저축은행은 애물단지라는 시각이 있는데.

“농협금융 품에 들어온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 우리아비바생명이 가진 설계사 조직의 영업 노하우를 습득하겠다. 실사 결과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생각보다 괜찮다. 서울에만 네 곳의 지점이 있어 지역농협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인수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회사채와 후순위채 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다른 금융회사 차입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조달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회사채 인수기관과 자금 차입기관 등으로부터 이미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데.

“지주회사 건전성 지표인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 10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지도 비율은 130% 이내다. 우투증권을 인수하더라도 1등급 기준인 120%를 넘지 않는다.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새해 경영에서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역시 건전성 관리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을 선임한 것도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남은 부실 채권 정리에 힘을 기울이겠다. 건설 조선 해운 등 3대 업종의 거액 여신에 대해서는 집중 관리하겠다.”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이 있는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금융회사가 자체 성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비자생적 성장이 대세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M&A다. 당장 추가 M&A 계획은 없지만 꾸준히 필요한 전략이다.”

▷농협금융은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데.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걸프 지역, 중앙아시아 등은 농업 기술이 떨어져 식량 자급에 문제가 있다. 이들 국가에 한국의 선진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현지 합작법인을 만들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다른 금융지주를 이길 자신이 있는가.

“은행이 대표 선수로 나서 싸우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그룹 대 그룹의 경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열사 간 시너지다. 농협금융과 우투증권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

농협금융 몸집 얼마나 커지나
자산 288조로 4대 금융그룹 '가시권'…KB·하나 위협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3개사를 최종 인수하게 되면 금융업계에 만만찮은 지각 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일단 기존 4대 금융지주 체제를 뒤흔들게 된다. 255조원 수준인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인수 후 288조원으로 늘어난다. 자회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우리금융을 빼면 신한(317조원) KB(296조원) 하나(296조원)를 근소한 차이로 뒤쫓는 4대 지주 반열이다.

자본시장에서는 단숨에 최강자로 거듭나게 된다. 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 총자산은 36조원이 된다. 2위 KDB대우증권(27조원)과 큰 격차다. 은행 위주 포트폴리오도 개선된다. 비은행 부문 자산은 94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32.6%로 높아진다. 현재 비중 2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수익구조 개선도 뒤따르게 된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그동안 은행이 어려우면 그룹 전체가 흔들렸지만 보험 증권 자산운용업 등으로 영업 기반이 넓어져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금융지주를 따라잡으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은 상품 판매 확대, NH-CA자산운용은 상품군 다변화의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일규/사진=강은구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