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후유증'…태산LCD, 결국 몰락
○하나은행 ‘파산 신청’ 결정
전체 채권 및 지분을 합해 산정한 의결권 중 60.8%를 갖고 있는 하나은행은 다른 채권은행들의 동의를 얻어 파산신청에 필요한 의결권 75%를 확보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태산엘시디와 같이 워크아웃 중인 기업에 대해 파산 신청을 하려면 의결권 중 75% 이상을 얻어야 한다.
하나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태산엘시디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인수합병(M&A)이 일부 채권은행의 반대로 최근 무산되면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판단해서다. 키코 사태로 흑자 도산해 2008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산엘시디는 자구 노력을 지속했지만 부채와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31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태산엘시디는 분기보고서에서 “주문 물량 급감에 따른 중국 부문 매출 감소와 국내 생산 중단 등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고 주요 거래처에 납품하는 TV BLU 및 LCM(LCD 모듈) 등 물량이 급감해 거래가 중단됨에 따라 매출 감소는 더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파산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파산관재인이 회사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들에 나눠 주게 된다.
○끝내 극복 못한 키코의 그림자
태산엘시디의 파산 신청은 그릇된 리스크 전략이 회사를 공중 분해시킨 안타까운 사례라는 평가다. 태산엘시디는 LCD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는 업체로 한때 매출이 연 1조원을 넘나드는 우량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 관련 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한 영향으로 무려 8000억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비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수출업체들이 환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환차손을 막기 위해 은행과 거래하는 파생상품의 한 종류다.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넘어서면 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당시 태산엘시디는 키코 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피봇(PIVOT)’ ‘스노볼(snowball)’ 등과 같은 통화옵션 상품에도 가입해 손실 규모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태산엘시디는 한때 회생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다. 2009년 말 은행권이 4754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했고 주거래처인 삼성전자가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방위 지원에도 좀처럼 부채를 줄이지 못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태산엘시디에 2009~2010년 4339억원을 출자 전환했지만 이 모든 금액을 전액 손실 처리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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