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켠 한진그룹…3세 경영 본격 시동
차녀 조현민 상무는 커뮤니케이션담당 전무 승진
재무 개선·지주사 개편 챙겨 오너家 책임경영 강화
(주)한진 대표엔 서용원 씨
한진그룹은 24일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이 한진칼 대표를 겸직하도록 하고, 조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내용의 인사(내년 1월5일자)를 했다. 조 부사장은 그룹 경영지원실장도 함께 맡는다.
또 서용원 대한항공 대표이사 수석부사장이 (주)한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조 회장, 지창훈 총괄사장, 서 부사장 등 3자 대표체제에서 조 회장과 지 사장의 각자 대표체제로 개편됐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오너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 부사장이 한진칼의 대표를 맡아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1일 설립된 한진칼 대표 자리는 전임 석태수 사장이 한진해운 대표로 옮기면서 비어 있었다.
앞서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인 한진칼을 출범시켰다. 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6.88%를 보유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칼호텔네트워크, 부동산 투자기업 정석기업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조 부사장의 여동생 조현민 상무도 전무로 직급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과장으로 입사한 그는 올초 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에 올랐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광고·마케팅 등을 총괄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최근 발표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오너 일가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보유 중인 에쓰오일 지분과 항공기, 부동산 등을 팔아 2015년까지 총 3조49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재무구조 개선안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을 지원해야 하는 데다 대한항공 부채비율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실적 악화 탓에 2011년 409%에서 지난 3분기 806%로 높아졌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분 정리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주사 관련 규정에 따라 한진칼은 사업자회사인 대한항공 지분율을 2년 내 2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강연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오너 일가가 대한항공 지분을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다”며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회장과 조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31.62%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실적이 좋지 않아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 점은 부담”이라며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실적 회복 여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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