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금융사업을 전부 매각하면 그룹 외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 살리기에 집중하면서 대북사업 역량은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이 두 개의 큰 축”이라며 “앞으론 해운업황의 빠른 개선과 함께 대북사업을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을지가 그룹 외형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전체 자산 15조원(지난 4월 기준) 가운데 현대증권 등 금융 3사가 3조원대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부문 매각이 완료되면 현재 21위(공기업 제외)인 자산기준 재계 순위 역시 20위권 중후반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현대그룹은 2003년 현대자동차 등이 독립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잇따라 분리되고 현대건설과 현대상사가 경영난으로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그룹 규모는 계속 축소됐다. 앞으로 금융계열사까지 분리되면 현대그룹은 해운 중심의 소규모 그룹으로 재편된다.

다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아산 자체적으로도 국내 사업 가운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행 부문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사업을 해운, 물류, 산업기계와 함께 4대 사업 부문으로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대북사업이 큰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