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계열 4개사의 새 주인 찾기가 미뤄졌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배임’ 및 ‘최고가 포기’ 논란, ‘민영화 지연’에 대한 비판 등을 의식해 결정을 미룬 탓이다.

우리금융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우투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사를 묶어 패키지로 팔기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려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24일 이사회를 다시 열고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키로 했다.

우투證 우선협상자 선정 내주로 연기 왜?

○묶어 팔자니 ‘배임’이 우려되고

우리금융 이사회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미룬 것은 정부가 원칙으로 내세운 패키지 일괄 매각을 강행할 경우 나중에 ‘헐값 매각’ 시비가 일어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우리금융은 우투증권 계열 4개사에 대해 회사별로 최소 입찰 기준가격(MRP)을 정했다.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헐값에 파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은 두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따져 기준가격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수 후보들 모두 이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냈다는 데 있다. 농협금융지주와 파인스트리트그룹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에 대해 기준 가격에 크게 미달하는 가격을 제안했다. KB금융지주는 아예 마이너스(-)로 써냈다. 패키지로 팔 경우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밑지고 팔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외이사 7명에 대해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고가 매각 원칙’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투증권 등 4개사를 묶어 팔 경우 농협금융이 제안한 가격(1조1000억원 중반대)은 다른 인수 후보보다 높다. 하지만 개별 매각을 진행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과 우리자산운용만 살 경우 최고가(1조2500억원 안팎)를 내겠다고 제안했다. KB금융은 우투증권에 대해 최고가(1조1500억원 안팎)를 써냈다. 우투증권 계열 4개사를 쪼개 팔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로 팔자니 ‘원칙’에 위배되고

그렇다고 패키지를 해제하고 개별 매각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패키지를 풀 경우 부실 우려가 제기된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팔기 어려워진다. 우리은행 매각 때 끼워 넣어야 하는데 몸집만 키워 우리은행 매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부가 이미 천명한 ‘패키지 매각 원칙’을 접으면 뒤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패키지를 풀면 결국 재입찰을 진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인수 후보들이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연기하자 농협금융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협금융은 보도자료를 내고 “매각 원칙과 기준을 지켜 최선의 가격으로 참여했다”며 “우리금융 이사회가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KB금융과 파인스트리트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KB금융 관계자는 “정부와 우리금융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파인스트리트 관계자는 “최고가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