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강국으로 가는 길] "일본 의존도 낮추고 신흥시장 적극 공략해야"
국내 싱크탱크 수장들은 한국 소재 산업을 키우려면 정부와 기업, 대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십년간 기초를 다져야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게 소재 산업인 만큼 무엇보다 인내심과 사명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모든 산업의 씨앗이 되는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와 기업, 연구소, 대학이 레고 블록처럼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은 기초 연구에 주력하고 기업은 생산성을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ETRI 같은 정부 출연 연구소가 기업과 대학을 잘 이어주고 정부가 장기간 소재 산업의 각 주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흥남 원장은 “한국이 스마트폰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이 상당 부분 일본산이어서 이익의 30% 이상이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지난 10년간 소재·부품 분야에서 중국 무역 흑자가 12배 늘어났지만 대일 무역 적자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시장 선도자 지위로 도약하려면 소재·부품 분야에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인재 양성을 소재 산업 발전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김재현 원장은 “소재 연구를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는 전문가가 태부족하다”며 “소재 전문 그룹을 키우려는 제도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재를 개발해서 양산까지 하는데 20년에서 30년씩 걸린다”며 “그런데 국내 연구 프로젝트는 대부분 3년 단위이고 길어야 7년인데 어떻게 긴 호흡으로 연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소재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소재 산업의 성장 조건으로 신흥 시장 개척을 들었다. 김도훈 원장은 “소재 산업을 받쳐줄 수 있는 철강이나 석유화학 업종의 전망이 내년에도 좋지 못하다”며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못지않게 성장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소재 부문에서 무역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소재 업체들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