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에 승자의 저주는 없다" 우오현 회장, 무차입 경영 목표…당분간 M&A 자제
‘태풍이 지나간 들에도 꽃은 피고, 지진으로 무너진 땅에도 맑은 샘물은 솟아 오른다.’

삼라마이다스(SM)그룹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우방이 작년부터 내보내고 있는 TV 광고의 첫 대목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60·사진)이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방송극 ‘절망은 없다’의 주제가에서 직접 따왔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고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지난 10여년간 덩치를 키워온 SM그룹이 요즘 ‘무차입 경영’을 목표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규모가 큰 기업 인수는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은 하나로 묶어 합치기로 했다.

◆신창건설·진덕산업 흡수합병

우 회장은 최근 서울 당산동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회사 규모가 많이 커져 내실 다지기에 나설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무차입 경영을 선포할 예정”이라며 “더 이상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SM그룹에 승자의 저주는 없다" 우오현 회장, 무차입 경영 목표…당분간 M&A 자제
건설업을 기반으로 하는 SM그룹은 티케이케미칼 남선알미늄 등 상장사 두 곳을 포함,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3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SM그룹은 그동안 해운(대한해운), 화학(티케이케미칼), 알루미늄(남선알미늄), 섬유(경남모직), 건전지(벡셀), 고속도로 선급전자카드(하이플러스카드) 등 ‘우후죽순’ 사업 영역을 넓혔다. SM그룹의 자산총액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SM그룹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어 합칠 계획이다. 그룹의 중심축인 건설은 신창건설, 진덕산업을 우방산업에 흡수 합병시킨다. 삼라건설은 우방건설로 이름을 바꿔 ‘우방’ 브랜드로 건설 부문을 통합한다. 2~3년 뒤에는 우방산업과 우방건설까지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올해 인수한 판유리 가공업체 제일지엠비, 타일 제조사 케이티세라믹 등을 기존 계열사에 합병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M그룹은 계열사 숫자를 줄이는 대신 사업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작년 8527억원)을 올린 티케이케미칼은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칩, 폴리에스테르 원사, 스판덱스 원사 등 3개 품목으로 이뤄진 사업부문을 장기적으로 10개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건전지 사업을 하는 벡셀은 생활형 제품을 추가하기로 했다.

◆“내년 무차입경영 선포”

우 회장은 평소 “사업 영역이 폭넓어야 경제상황 변화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지론을 펴왔다. “SM그룹의 주력사업이 뭔지를 묻지 말아 달라”고 말할 정도로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자산규모가 1조4000억원(작년)인 대한해운을 품은 뒤에는 우 회장의 생각이 바뀌었다. 대형 기업을 인수하고 난 뒤 어려움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한해운은 이미 부실을 상당히 정리했기 때문에 올해 1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일부 계열사는 적자를 내고 있다.

SM그룹은 당분간 은행 차입금을 갚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남선알미늄은 업황이 좋은 자동차 사업부를 떼어내 내년 이후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돈은 남선알미늄 차입금(9월 말 기준 825억원)을 갚는 데 쓸 계획이다.

남선알미늄 자동차 사업부는 올해 1~3분기 매출 1167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우 회장은 “다른 계열사들도 버는 돈을 차입금 상환에 우선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