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밥값만 연 4600만원…조합자금으로 개인빚 갚아
서울 강북의 한 뉴타운조합은 건설사와 금융회사에서 102억원을 빌리면서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거액을 차입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승인을 받기는커녕 대출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조합장은 개인 빚 4억6000만원을 조합 자금으로 갚고 8억원을 자신의 통장에 넣어 사용했다.

또 다른 재건축조합은 조합장과 여직원 2명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5년간 조리사를 고용했다. 지난해에만 조리사 월급과 식자재 비용으로 4600만원(월평균 380만원)을 지출했다. 매끼 1인당 1만원짜리 식사를 사 먹은 것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서울시가 장기간 사업이 지지부진한데도 운영비만 불어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운영 행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원이 많거나 조합장 비리가 적발된 조합 4곳을 시범 조사한 결과도 17일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일부 조합의 운영 실태는 심각했다. A조합은 설계용역비와 총회 책자 제작비를 2배 이상 부풀려 조합 자금을 낭비했다. B조합장은 조합 돈 10억원을 총회 승인 없이 설계자와 개인에게 무이자로 빌려줬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지출을 한 뒤 간이영수증을 무더기로 첨부하거나 한 사람 필체로 여러 건의 영수증을 조작한 의혹도 나왔다.

조합(추진위원회)은 사업자 등록을 한 후 법인 통장을 만들어 운영자금을 관리해야 하는데도 조합장(추진위원장) 명의의 개인 통장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시가 서면자료를 분석한 결과 119개 추진위원회 중 72% 이상인 86곳이 사업자 등록 없이 개인 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적발된 횡령·비리 의혹을 수사 의뢰 및 고발 조치하고, 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 등을 담은 ‘주거 및 도시환경정비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시는 조합의 현금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회계처리 표준 기준, 조합 임직원의 업무 처리 규정, 용역 표준계약서 등의 규정을 제정하기로 했다. 구청장에게 현장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모범적인 조합에는 저리 자금을 융자해줄 방침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