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강국으로 가는 길] 정부 '소재 4강' 비전 만들었지만…
정부도 국내 소재·부품(M&C)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이다. 산업부는 한국을 세계 4대 M&C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M&C 부문 수출 규모를 6500억달러로 늘려 일본을 제치고 5위에서 4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6년까지 첨단 소재 분야에 2조원을 투입해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일 무역적자 가운데 소재 비중은 2003년 31%에서 지난해 47%로 증가했다. 정부는 단기간 내 소재 분야 대일 적자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TV를 만드는 데 쓰이는 디스플레이가 좋은 예다.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문인 편광판은 국산화했지만 이 편광판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비닐알코올(PVA) 필름은 100%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정부는 소재 부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문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2770개인 M&C 전문기업 수를 2020년에 6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재 쪽은 부품과 달리 상용화하는 데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기업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관된 정책을 펴지 못하는 데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M&C 주무부처 이름이 산업자원부에서 지식경제부, 산업부 등으로 바뀌면서 M&C 산업 지원책도 수시로 변했다는 것이다. 실제 부처 이름이 달라질 때마다 정부는 M&C 발전 방향을 새로 내놨다. 2003년 산자부 시절 1차 M&C 발전 기본 계획이 나왔고 주무 부처 이름이 산자부였던 2009년에 2차 M&C 발전 기본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산업부는 3차 M&C 발전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 M&C 정책 목표가 정치적 환경에 따라 4~5년 단위로 변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2차 기본 계획에 들어간 녹색성장 핵심기술 확보는 이번 3차 기본 계획에서 쏙 빠졌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개발에 성공해서 상용화하는 데 30년 이상 걸리는 게 소재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 정책 간 엇박자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산업부가 M&C 지원책을 발표한다 해도 환경부에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같은 메가톤급 규제로 기업 발목을 잡으면 실효성 있는 소재산업 육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