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재 ‘콩사랑손두부’ 사장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방금 만든 두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덕재 ‘콩사랑손두부’ 사장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방금 만든 두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005년 1660개였던 전통시장은 작년 1511개로 줄었다. 시장당 하루 평균 매출도 같은 기간 5801만원에서 4502만원으로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공세로 이처럼 침체 일로를 걷던 전통시장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가격표시제, 문화센터 설립, 관광상품 개발 등 현대화된 유통 거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 마케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혁신을 바탕으로 성공한 점포란 수식어가 붙는 ‘스타 상점’들도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혁신의 중심에 선 전통시장과 그 시장의 대표선수격인 ‘히든챔피언’ 점포를 매주 토요일자에 소개한다.

“야채두부 있나요?” “예, 방금 나왔어요.”

인천시 남구 용현시장 안 두부 가게 ‘콩사랑손두부’. 이덕재 사장(35)은 손님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채두부를 가리켰다. 찾는 사람이 많아 두부가 떨어지기 일쑤라는 것을 아는 듯 젊은 주부는 반색을 하며 야채두부 두 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가 치른 두부 두 모 값은 4000원. 다른 가게의 흰 두부보다 두 배나 비쌌다. “몸에도 좋고 당일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비싸도 이것만 먹는다”고 이 주부는 말했다.

○상품 차별화로 승부

[전통시장 히든챔피언] 흑두부·야채두부…대형마트서 못본 제품, 주부 마음 훔치다
이 사장의 콩사랑손두부 점포는 33㎡(10평) 정도다. 시장 안에서도 큰 편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출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많다. 아무리 불황이어도 한 달에 2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웬만한 두부 가게 매출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처음 가게를 낼 때 한 번 찾은 손님이 잊지 않고 또 찾아오는 점포를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바람이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동네슈퍼에서도 파는 게 두부고, 동네에 깔린 게 두부 가게인데 그의 콩사랑손두부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이 사장은 자신 있게 “이덕재표 두부와 서비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덕재표란 최상의 상태로 공급되고, 오직 콩사랑손두부에서만 살 수 있도록 차별화한 두부와 서비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차별화 카드로 처음 내세운 것은 흑두부. 두부 가게를 낸 지 1년 만에 검은콩의 한 종류인 서리태로 두부를 내놓았다. 웬만한 두부 가게에 다 있는 일반 흑두부와 다른 것은 검은 참깨인 흑임자를 넣어 만들었다는 것. 두부 질감이 부드럽고 깨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제조 과정에서 흑임자를 어떻게 갈아, 언제 얼마만큼 넣으면 두부와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지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검은 참깨 두부에 성공한 그는 이어 야채두부에 도전했다. 야채의 영양성분을 함유하면서도 두부 고유의 맛과 질감을 유지하는 제조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실험하려고 쓴 야채 쓰레기가 매일 수북이 쌓였고 그걸 보면서 오기가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애호박 피망 파프리카 등을 잘게 썰어 넣어 조합하는 비법을 수개월에 걸쳐 개발했다.

○이 사장의 뚝심 경영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타나진 않았다. 손님들은 못 보던 두부가 있으니까 호기심에서 뭐냐고 물어보긴 하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두부가 다 그 맛이지”라는 편견을 깨는 게 급선무였다. 그가 선택한 것은 한 달간의 시식 행사다.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 상인이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건 드문 일이어서 시장 사람들 중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가게 앞에 시식코너를 차려 놓고 한 달간 자리를 지키자 젊은 주부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두 번 시식해 본 뒤 “아이들 영양식으로 좋겠다”며 야채두부를 사가는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흑두부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검은색 식품이 몸에 좋다는 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흑두부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최상의 상태로 두부를 판다는 원칙을 계속 지킨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그는 원칙으로 한다. 이곳저곳에서 물건을 대달라는 요청도 많지만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 “물건을 마구 돌리면, 하루 이틀 뒤에 파는 일도 생길 것이고 그러면 두부의 맛을 유지할 수 없다”는 고지식한 생각 때문이다. “손님들에게 매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먹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날 만든 것을 공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값을 두 배 더 받는 자부심


콩사랑손두부의 두부값은 비싸다. 흑두부와 야채두부는 한 모에 2000원으로 다른 가게의 두 배나 된다. 서민들의 장터인 전통시장에서 두 배나 비싸게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이 사장은 “두 배값의 가치를 부여했으니 그만큼 받는 것”이라며 자신의 상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실 콩사랑손두부는 콩을 갈아 두부 원료를 만드는 기본단계부터 다르다. 일반 공장에서는 콩을 물에 불린 뒤 한 번 갈아 두부를 만들지만, 콩사랑손두부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 콩을 한 번 더 갈아낸다. 이를 위해 콩 분쇄기를 두 대나 구입했다. 김유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연구팀장은 “콩사랑손두부의 성공 요인은 혁신적 독창성과 더불어 최고의 상품을 공급하려는 장인(匠人)경영의 원칙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