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히든챔피언] 흑두부·야채두부…대형마트서 못본 제품, 주부 마음 훔치다
독창적인 두부 만들기 위해 1년간 연구·개발
다른 집보다 두배 비싸도 月매출 2000만원
“야채두부 있나요?” “예, 방금 나왔어요.”
인천시 남구 용현시장 안 두부 가게 ‘콩사랑손두부’. 이덕재 사장(35)은 손님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채두부를 가리켰다. 찾는 사람이 많아 두부가 떨어지기 일쑤라는 것을 아는 듯 젊은 주부는 반색을 하며 야채두부 두 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가 치른 두부 두 모 값은 4000원. 다른 가게의 흰 두부보다 두 배나 비쌌다. “몸에도 좋고 당일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비싸도 이것만 먹는다”고 이 주부는 말했다.
○상품 차별화로 승부
이 사장의 콩사랑손두부 점포는 33㎡(10평) 정도다. 시장 안에서도 큰 편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출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많다. 아무리 불황이어도 한 달에 2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웬만한 두부 가게 매출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처음 가게를 낼 때 한 번 찾은 손님이 잊지 않고 또 찾아오는 점포를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바람이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동네슈퍼에서도 파는 게 두부고, 동네에 깔린 게 두부 가게인데 그의 콩사랑손두부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이 사장은 자신 있게 “이덕재표 두부와 서비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덕재표란 최상의 상태로 공급되고, 오직 콩사랑손두부에서만 살 수 있도록 차별화한 두부와 서비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차별화 카드로 처음 내세운 것은 흑두부. 두부 가게를 낸 지 1년 만에 검은콩의 한 종류인 서리태로 두부를 내놓았다. 웬만한 두부 가게에 다 있는 일반 흑두부와 다른 것은 검은 참깨인 흑임자를 넣어 만들었다는 것. 두부 질감이 부드럽고 깨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제조 과정에서 흑임자를 어떻게 갈아, 언제 얼마만큼 넣으면 두부와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지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검은 참깨 두부에 성공한 그는 이어 야채두부에 도전했다. 야채의 영양성분을 함유하면서도 두부 고유의 맛과 질감을 유지하는 제조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실험하려고 쓴 야채 쓰레기가 매일 수북이 쌓였고 그걸 보면서 오기가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애호박 피망 파프리카 등을 잘게 썰어 넣어 조합하는 비법을 수개월에 걸쳐 개발했다.
○이 사장의 뚝심 경영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타나진 않았다. 손님들은 못 보던 두부가 있으니까 호기심에서 뭐냐고 물어보긴 하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두부가 다 그 맛이지”라는 편견을 깨는 게 급선무였다. 그가 선택한 것은 한 달간의 시식 행사다.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 상인이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건 드문 일이어서 시장 사람들 중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가게 앞에 시식코너를 차려 놓고 한 달간 자리를 지키자 젊은 주부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두 번 시식해 본 뒤 “아이들 영양식으로 좋겠다”며 야채두부를 사가는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흑두부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검은색 식품이 몸에 좋다는 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흑두부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최상의 상태로 두부를 판다는 원칙을 계속 지킨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그는 원칙으로 한다. 이곳저곳에서 물건을 대달라는 요청도 많지만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 “물건을 마구 돌리면, 하루 이틀 뒤에 파는 일도 생길 것이고 그러면 두부의 맛을 유지할 수 없다”는 고지식한 생각 때문이다. “손님들에게 매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먹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날 만든 것을 공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값을 두 배 더 받는 자부심
콩사랑손두부의 두부값은 비싸다. 흑두부와 야채두부는 한 모에 2000원으로 다른 가게의 두 배나 된다. 서민들의 장터인 전통시장에서 두 배나 비싸게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이 사장은 “두 배값의 가치를 부여했으니 그만큼 받는 것”이라며 자신의 상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실 콩사랑손두부는 콩을 갈아 두부 원료를 만드는 기본단계부터 다르다. 일반 공장에서는 콩을 물에 불린 뒤 한 번 갈아 두부를 만들지만, 콩사랑손두부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 콩을 한 번 더 갈아낸다. 이를 위해 콩 분쇄기를 두 대나 구입했다. 김유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연구팀장은 “콩사랑손두부의 성공 요인은 혁신적 독창성과 더불어 최고의 상품을 공급하려는 장인(匠人)경영의 원칙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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