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 50%를 더해 지급하라’는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의 ‘휴일근로수당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원고가 승소한 1, 2심 판결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7조원의 추가 비용 부담과 10만개 이상 제조업체의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휴일근로수당 뇌관 터지나] 기업 "고용부 지침 따르다 또 뒤통수…이럴거면 해외로 나가겠다"

○연장근로수당 추가 부담 7조원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핵심은 ‘휴일근로수당(단체협약상 통상임금의 150%)에 연장근로수당(150%)을 중첩해 휴일근로수당으로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1, 2심에 패소한 성남시는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임금소송은 보통 1년 안팎이면 결론이 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노동계는 이달 중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1, 2심은 “휴일 외 다른 날의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은 경우 휴일 근로시간은 모두 휴일근로이면서 동시에 연장근로”라며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을 중첩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용부의 ‘201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이를 토대로 작성된 노동연구원의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 시 영향을 받는 근로자 규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초과 근로를 하는 휴일근로자는 64만명이다.

이들에게 주말근로(연장근로의 절반으로 가정)수당으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한다면 기업에는 최근 3년간(임금채권 소멸시효) 3조7555억원의 수당지급 의무가 생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주 40시간 초과~52시간 이하 근로자 81만명에게는 2조99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모두 5조8550억원이다. 수당 산정 근거가 통상임금이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하면 수당 부담은 더 커진다. 정기상여금 포함 때 통상임금이 18.8% 늘어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연장근로수당 부담은 합계 6조9557억원이 된다.

해당 근로자들이 추가 소송을 내면 비용 부담은 현실화된다. 산도브레이크(대구 달성군) 노조원이 같은 내용으로 회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작년 8월 1심과 지난 9월 2심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이 났고 현재 대법원에 올라 있다.

○“10만개 제조업체 법 위반 우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고용부 해석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2000년 9월 내놓은 행정해석 자료에서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대부분 기업은 이를 근거로 1주일에 일반 40시간+연장 12시간+주말 16시간 등 68시간 근로를 해왔다. 그러나 원심 해석대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면 주말 16시간 근로 근거가 사라지고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축소된다.

고용부의 ‘2013년 상반기 근로시간 감독 결과’에 따르면 314개 대상 사업장 중 86.6%인 272곳이 주 52시간 초과 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제조업체가 장시간근로를 하는 상황인 점에 비춰보면 12만개 제조업체 중 10만개 이상이 법 위반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을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고용부 행정해석을 따랐음에도 통상임금에 이어 또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988년 처음 마련된 고용부의 통상임금 산정 지침은 ‘1임금 산정기간(1개월)’ 내에 계속 지급된 경우에만 인정했다. 그러나 정기상여금 등 1개월 이상 주기로 지급하는 금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있다.

○“문 닫고 해외로 갈 수밖에”

기업들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GM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 법원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자동차부품업계도 노동·임금 관련 규제가 심해질수록 중소기업의 존립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작은 기업은 문을 닫고 중견기업은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공동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고용 유연성이 없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으로 기업을 옥죄면 추가 고용과 시설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버틸 수가 없다”며 “중국과 인도 등에 생산공장을 가진 기업들은 해외에서 부품을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바이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GM은 한국GM의 생산량을 2016년까지 20% 감축하기로 했다. 고임금과 잦은 노동쟁의, 통상임금 문제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서 생산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현대·기아자동차도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강현우/최진석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