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줄이기 백태] 자산가 '뭉칫돈' 은행 탈출…5억원 이상 예금 1조 줄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짐에 따라 은행의 거액 예금이 급속히 줄고 있다.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은행을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총액은 지난 11월 말 기준 13조9800억원으로 작년 말 14조9230억원에서 9430억원(6.3%) 줄었다. 5억원 이상 계좌 수도 같은 기간 1만5234개에서 1만3775개로 1459개(10.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거액 자산가들이 올 들어 전방위로 과세 압박을 받으면서 개인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빼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 이상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잔액이 5억원 이상인 개인 예금계좌를 중심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안팎이다. 은행 예금이 5억원 이상이면 연간 이자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과세당국이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 때문에 배우자와 자녀 등 차명계좌에 분산돼 있던 금액에 대해 올해부터 증여세를 물리기로 한 점도 거액 예금자들의 은행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거액예금 중 일부는 머니마켓펀드(MMF)로 흘러가 단기 부동화되고 있다. 확실한 투자처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에서다. MMF는 환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투신권의 대표적인 초단기 수신상품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18조4723억원이던 개인 MMF 자금은 지난달 말 21조4440억원으로 2조9717억원(16.1%)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거액예금 계좌의 은행 이탈 현상은 연초에 심화됐다가 하반기엔 다소 진정되고 있다”면서도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낮아진 기준으로 부과되면 거액예금자들이 다시 동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