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거부하는 삼성…공채 아니고 나이 어려도 능력되면 '별'
‘젊고 역동적인 조직, 성과 내면 누구나 승진하는 회사.’

삼성이 2014년 임원 인사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냈다. 승진자의 3분의 1은 경력입사자로 채웠고, 5분의 1은 승진연한도 채우지 않은 인사를 발탁했다. 또 뛰어난 성과를 낸 삼성전자와 영업·연구개발(R&D) 출신이 약진했으며, 글로벌 기업답게 외국인 승진자도 늘었다.

이건희 회장의 ‘여성 중시’ 방침에 맞춰 여성 임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공룡이 되지 않겠다’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외 임직원이 5만명이나 늘어나 총 3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서 우려되는 게 ‘동맥경화’다. 이 같은 거대한 조직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삼성은 ‘위기론’과 철저한 평가·보상뿐 아니라 핵심인재 영입,발탁승진 확대 등 인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공룡'을 거부하는 삼성…공채 아니고 나이 어려도 능력되면 '별'
삼성그룹 경력입사자 승진자는 2011년 말 인사 때 510명 중 120명(23.9%)에서 올해 475명 중 150명(31.5%)까지 늘었다. 역대 최대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이건혁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2005년 입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주역이었던 외교통상부 국장 출신 김원경 삼성전자 전무(2012년 입사),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변호사 자격을 딴 이수형 미래전략실 부사장(2006년 입사) 등이 대표적이다.

경력입사자는 이건희 회장이 2002년 “국적 불문하고 핵심인재 확보에 사장이 뛰어들라”고 지시한 뒤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그룹 채용인원 2만6000명 중 5000명이 경력자다.

승진연한(부장 4년, 상무 6년, 전무 3년 등)을 채우기 전에 승진시키는 발탁 승진도 늘었다. 그룹 임원 승진 규모는 예년에 못 미쳤으나 발탁된 사람은 2012년 54명, 2013년 74명에서 올해 85명으로 늘었다. 삼성은 “공채 위주의 순혈주의를 버리고 조직을 자극해 젊고 역동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출신·현장출신 약진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원칙은 항상 삼성의 금과옥조다.

전자 외의 다른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전체 승진자가 2012년 501명→2013년 485명→2014년 475명으로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 출신은 2012년 210명→2013년 226명→2014년 226명으로 늘고 있다. 특히 신임 상무 승진자는 삼성전자에서 역대 가장 많은 161명이 나와 전체(331명)의 49%를 차지했다.

영업과 연구개발(R&D)·제조 등 현장부문이 빛을 발한 것도 특징이다. 통상 ‘관리’의 삼성은 재무·인사·전략 등 지원부문에서 승진자가 많은 편이었다. 삼성전자 동남아와 서남아 영업을 맡고 있는 박병대, 박광기 총괄이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게 대표적이다.

R&D 부문 임원 승진자는 120명으로 지난해(105명)보다 14% 증가했다. 영업마케팅은 17명→24명, 제조 부문은 31명→33명으로 늘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로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최지성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그룹 미래전략실장이 된 뒤 현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외국인 임원 중용

삼성은 신임 14명을 포함해 15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시켜 여성 임원 승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는 신임 10명을 포함해 12명이었다. 삼성그룹의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이부진·이서현 사장을 포함해 총 50명으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다.

승진한 여성 임원 중 60%인 9명은 발탁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여성 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12명으로 늘었다. 작년 미국에서 팀 백스터 부사장이 탄생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 신식산업부 베이징설계원 부원장을 지내다 2000년부터 삼성전자 중국연구소장을 맡아온 왕퉁 전무가 부사장이 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