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최유리 기자 ] 한국과 호주가 2009년 첫 협상에 들어간 이후 약 4년7개월 만에 자유무역협 정(FTA)을 실질적으로 타결했다. 두 나라가 중·소형 가솔린 자동차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혜가 전망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호주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관세 철폐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볼 업종으로는 자동차가 꼽힌다. 이번 협상에서 두 나라는 가솔린 중형차(1500~3000cc)와 가솔린 소형차(1000~1500cc)에서 현재 적용되는 5%의 관세를 FTA 발효와 동시에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승용차들에 대해서도 향후 3년 안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박영호 KDB 대우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FTA 협상처럼 단계적 관세 철폐가 아닌 즉시 철폐이기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 뉴스"라며 "호주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의미있는 단일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김평모 리딩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내수 시장 분위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수출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도 관세를 내고 호주에 차를 수출하고 있는데 FTA 체결로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자동차는 작년 말 기준으로 호주에 약 14만대(23억3400만 달러)가 판매돼 전체 수출 품목 가운데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호주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111만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호주에서 지난해와 올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12만2294대와 11만7034대를 팔았다. 올들어 17만대 이상을 판매한 도요타가 메이커별 판매순위 1위에 올라있으며,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호주 자회사인 홀덴, 일본 마쯔다, 현대차가 그 뒤를 잇는다. 현대차가 기아차와 판매량을 합산할 경우 2위로 올라선다.

조철 산업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호주 시장은 도요타, 미쓰비시, 스바루 등 다양한 일본차 업체들이 진출한 시장이어서 한국차와 경쟁이 치열하다"며 "수출 시장 하나가 개방된다면 최근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