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승유 전 회장을 상대로 쏟아지는 의혹과 비난 여론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김 전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추측 속에 계열사인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연일 김 전 회장을 맹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주 중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친다.

검사 대상에는 하나은행의 미술품 구매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하나은행이 4천여점의 미술품을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샀는데, 구매 자금이 김 전 회장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이 2년간 하나금융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4억~5억원씩 고문료를 받아 챙기는 게 적절한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거액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자 김 전 회장은 최근 고문직에서 물러날 뜻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며 고문직 조기 사퇴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특별퇴직금 35억원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장 재직 시절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이 영업정지 위기의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토록 해 막대한 손실을 냈다는 의혹도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간에서 제기된 문제는 모두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 김 전 회장이 징계 대상에 오르는 게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김 전 회장이 지난 정부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했던 만큼 최근의 '김승유 때리기'가 'MB맨 걷어내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 외환은행 노조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내고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뜩이나 예민해진 하나금융을 자극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노조위원장에 도전하는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오는 17일 선거를 앞두고 김 전 회장을 지렛대 삼아 강성 노선을 과시하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시련을 두고 하나금융과 김 전 회장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 정부 말기에 스스로 물러나 '처신을 잘 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는 하나금융에서 '왕(王) 회장'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 고위층에는 김 전 회장의 측근으로 통했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의 인사 때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 골프대회 '하나·외환챔피언십'에 김 전 회장이 나타나자 행사 관계자들이 늘어서 '왕 회장'으로 모셨다는 일화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신한금융의 라응찬 전 회장처럼 '막후 경영'을 해온 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