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이팔성·김승유·라응찬 사정권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사태를 계기로 4대 금융그룹 전 회장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관련된 부실·비리 의혹 사안이 모두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어 금융권이 폭풍 전야다.

이명박 정부 시절 소위 'MB맨'으로 불리던 이들 인사의 기세에 움츠렸던 금융당국이 새 정부 들어 본격적인 부실 청산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종합검사 또는 특별검사를 통해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2008년 이후 비리·부실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핵심인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의 검사를 동시에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대적인 사정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법규 위반 등 금융법질서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MB맨 죽이기'와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 실세였던 이들 회장이 적지 않은 부실을 일으켰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 전방위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이들 인사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들 4대 금융그룹의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고 금융당국마저도 함부로 못했다"면서 "이제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검사를 통해 부실과 비리를 척결하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문제 소지가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이전 정권의 금융계 인사들을 정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특별 검사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4대 금융그룹을 치유하지 않으면 제2의 동양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는 금융사와 기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 최수현 금감원장의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금융당국의 공개적인 부인에도 4대 시중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와 종합검사는 4대 금융그룹 전 회장의 재임 시절과 맞물려 있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10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김승유 전 회장은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팔성 전 회장은 2008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라응찬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자리를 지켰다.

어 전 회장은 최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사회 안건 자료 등이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 ISS에 제공된 것과 관련해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최대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터지면서 금감원이 특별 검사에 착수해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김승유 전 회장의 경우 하나은행 종합 검사에서 재직 시 과도한 미술품을 구매한 점을 당국은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은행이 4천여점의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다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미술품이 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퇴임 후에도 별다른 자문 실적도 없으면서 막대한 고문료를 받는 문제도 금융당국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경우 2011년 퇴출을 앞둔 미래저축은행에 하나캐피탈이 유상증자로 지원하도록 김종준 당시 사장(현 하나은행장)에 지시한 의혹도 금융당국이 재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팔성 전 회장도 우리은행 불완전판매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 판매에 대해 특별 검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파이시티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6천107㎡에 3조4천억원을 투입해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개발사업이다.

2003년 개발이 시작됐지만 과도한 차입금으로 2011년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라응찬 전 회장은 최근 정치인 불법계좌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별 검사가 이뤄져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신한은행에서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야당 중진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정보를 불법조회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MB정권 시절 묵혔던 4대 금융그룹의 문제가 터져 나오는 형국"이라면서 "금융당국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대적인 징계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