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매가 나란히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행사장에 나란히 들어오고 있다. 한경DB
< 자매가 나란히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행사장에 나란히 들어오고 있다. 한경DB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선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 가운데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40)이 유일하게 승진했다. 첫째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사장(43)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설도 많았으나 변동은 없었다.

이서현 사장의 승진은 예측됐던 일이다. 지난 9월 제일모직이 패션사업 부문을 에버랜드로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패션사업을 이끌었던 이서현 사장이 에버랜드의 패션부문을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이서현 사장은 3년 만에 승진한 것이다.

오빠 이재용 부회장(45)은 2009년 말 부사장에 오른 후 1년 만인 2010년 말 사장, 다시 2년 만인 작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부진 사장은 2010년 말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계단 승진했다.

이서현 사장이 에버랜드로 이동하면서 맡은 직책은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이로써 에버랜드엔 4명의 사장이 ‘동거’하게 됐다. 이서현 사장과 함께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사장이 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 겸 패션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봉영 에버랜드 사장은 대표 겸 리조트·건설부문장으로 보직이 약간 바뀌었고, 이부진 사장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는다.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왼쪽) 김봉영 건설부문 사장(오른쪽)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왼쪽) 김봉영 건설부문 사장(오른쪽)
큰 틀에서 보자면 ‘김봉영-이부진’의 리조트·건설부문과 ‘윤주화-이서현’의 패션부문이라는 두 축으로 나뉘게 되는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자매가 각자 별개의 회사를 경영한다고 보면 된다”며 “집무실도 이부진 사장은 현 태평로 에버랜드 빌딩에, 이서현 사장은 종로구 수송동의 옛 제일모직 패션부문 빌딩에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향후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와 관련한 사업 재편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서현 사장의 이동으로 이 회장의 세 자녀가 에버랜드 경영·지분을 두고 얼키설키 엮인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은 25.1%의 지분을 보유해 에버랜드 최대주주다.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사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향후 후계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버랜드 물적분할 등을 거쳐 세 자녀에게 각자 사업영역을 떼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리조트·건설부문과 패션부문은 따로 떼어내 두 딸에게 주고,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 보유지분을 통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 리조트·건설부문과 함께 호텔신라 사장,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으며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다.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 사장직을 맡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